대검 전경.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 가운데 검찰청법 개정안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나머지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오는 3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법안을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검찰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대통령 거부권과 위헌 소송이다.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대검찰청은 검찰청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낸 입장문에서 법안 내용과 입법 절차 모두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대검은 “70년 이상 축적한 검찰의 수사역량을 한순간에 없애고 국민의 생명·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이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핵심적인 절차가 무력화된 상태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과 국회의장께서 이러한 위헌·위법적 내용 및 절차, 국민적 공감대 부재, 선거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심각한 수사공백 등의 문제점에 대해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해주시기를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자신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저의 입장은 잘 아실 것이다.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의 합의가 잘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했으나 수정안이 합의안을 토대로 마련됐기 때문에 거부권 압박 명분도 떨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의결을 위해 3일 오전으로 예정된 국무회의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국무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헌법재판소에 법안 내용 및 입법 절차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의원발의 법안에 대한 관계기관 이견 해소를 위해 법제처가 소집할 수 있는 정부입법정책협의회 개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협의회는 지난 5년여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검찰이 위헌 소송 근거와 명분을 최대한 끌어모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검찰이 위헌 소송 청구자격이 있는지, 설령 자격이 있다 하더라도 헌재 판단이 검찰에 실익이 있을 지는 따져봐야 한다. 대검은 헌법 등을 근거로 검찰 또는 검사도 위헌 소송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청구 자격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섣불리 소송을 냈다가 헌재 문턱도 넘지 못할 수 있다. 헌법재판 실무상 청구 자격이 인정되는 법무부 장관이 새로 임명될 때까지 기다린 뒤 위헌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헌재에서 본안 심리를 하더라도 오히려 검찰에 불리한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헌법 문언을 해석하면 ‘검찰 수사권이 헌법적으로 보장된다’고 주장하는데, 헌재에서 반대 해석이 나올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국민의힘 “수사권 법안 절차 위법” 주장…헌재는 어떻게 판단할까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0671.html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