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수십억 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정영학 회계사와 만나 대장동 개발사업을 독려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곽 전 의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 사건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회계사는 이와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당시 곽 전 의원이 사용했다는 ‘삼수갑산’이라는 용어를 두고, 정 회계사와 곽 전 의원 변호인 사이에 진술 신빙성을 둘러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2015년 2월 말 곽 전 의원이 일하던 변호사 사무실에 두 차례 찾아가 대장동 사업계획을 설명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특히 정 회계사는 곽 전 의원을 두 번째 만났을 당시 곽 전 의원이 ‘삼수갑산에 가더라도 할 건 해야지’라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곽 전 의원 쪽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 신빙성을 따져 물었다.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은 “검찰 조사에서 곽 전 의원에게 ‘대장동 개발사업의 경우 돈이 많이 남지만 위험 부담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더니 곽 전 의원이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할 건 해야지’라는 말을 했던 것이 정확히 기억난다고 진술한 것이 맞냐”고 묻자, 정 회계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삼수갑산’ 표현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관용어구인데, 곽 전 의원이 이를 사용해 대장동 사업을 독려했다는 취지다.
변호인이 “곽 전 의원은 삼수갑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혹시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말이 아니냐”고 캐묻자, 정 회계사는 단어까지 찾아본 경험을 밝히며 진술이 틀림 없다고 주장했다. 정 회계사는 “저는 회계사이기 때문에 한문에 약해서 삼수갑산이라는 말을 듣고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그래서 기억이 난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2015년 2월 당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지시로 곽 전 의원과 두 차례 만나 대장동 사업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고도 말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인 2015년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지난해 4월 말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세금 제외 실수령액 25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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