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고검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비공개 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됐으나 윤석열 정부 첫 검찰 고위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난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0일 이임식을 가졌다.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입법에 반발해 사표를 낸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도 같은 날 환송식을 갖고 검찰을 떠났다.
이성윤 고검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고검에서 비공개 이임식을 가졌다. 이임식에는 차·부장검사 등 서울고검 직원 70여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서울고검장 이임식은 통상 언론에 공개되지만, 이날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고검장은 “그동안 고생하시고 많이 도와주신 서울고검 직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취지의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수 지검장도 같은 날 오후 4시 서울중앙지검에서 이임식을 진행했다. 이 지검장 이임식은 공개됐다. 이 지검장은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엄정하면서 겸허한 검찰’이 되어야 한다. 실체진실을 밝히는 당당한 검찰, 동시에 억울함을 경청하고 아픔에 공감하는 검찰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이를 위해 사람의 귀함을 알고 존중하자. 생각의 다름을 이해하자. 역지사지하며 소통하고 화합할 때 우리 주장의 울림은 더 커진다”고 밝혔다.
심 지검장도 이날 오후 3시 서울남부지검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심 지검장은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검찰은 그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국민들이 보시기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검찰이) 진심으로 노력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주시기 바란다”며 “‘공정한’ 정의, ‘관대한’ 정의를 부탁한다. ‘과잉된’ 정의는 진정한 정의가 아니다.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절제된 수사,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보직에 중용된 이들 세 사람은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인사인 지난 18일 법무부 검찰 고위 간부인사에서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났다. 사실상 좌천된 셈이다. 이들 후임으로는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히는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서울고검장을, 윤석열 라인 최측근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와 양석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이 각각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남부지검장을 맡는다.
검찰 수사권 분리 입법 국면에서 검찰총장을 대신해 검찰 조직을 이끌어온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환송식에서 퇴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입법에 반발해 사표를 낸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도 이날 환송식을 갖고 검찰을 떠났다. 박 차장은 “27년이 넘는 검사 생활을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최근 검수완박 입법 과정은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이제 다시는 정치가 법치를 훼손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 차장 후임은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재직 시절 핵심 참모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맡은 특수통 이원석 제주지검장이 맡는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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