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운전차량에 치여 사망한 윤창호씨의 친구들이 2018년 11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윤창호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2hani.co.kr
“사법부가 음주운전에 대해서 전향적인 입장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많이 아쉬워요.”
2018년 9월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당시 21살)씨의 친구 이영광(25)씨는 2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속상한 마음을 전했다. 전날(26일)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를 반복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조항(윤창호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윤창호법(도로교통법 제148조의2의 1항)’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유족과 친구들은 헌재의 결정에 아쉬움을 보이면서 보완 입법 통과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위헌 의견 내신 분들도 음주운전 가중 처벌 자체를 부정한 건 아니고 지금 조항에 있어 기술적인 문제를 지적하셨다. 지난 11월에 비슷한 취지로 위헌 결정이 났을 때 이미 이 부분을 보완하는 법안을 냈는데 아직 통과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가 효력을 잃은 게 아니고 양형기준 강화 등은 그대로이고 일부만 효력을 잃은 것”이라며 “하루 빨리 국회에서 (보완 입법이)통과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른 친구인 예지희(25)씨도 이날 <한겨레>에 “(헌재 결정에) 친구들이 다 속상해하고 있다”며 “윤창호법 전체가 위헌인 게 아니고 일부만인데 (사람들이)오해하고 이제 음주운전해도 된다고 생각할까 봐 염려가 된다”고 했다.
윤창호씨 아버지인 기현(57)씨도 “음주운전에 엄격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헌재가 위헌 결정으로 음주운전을 경시하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준 게 아닌가 싶어 유감스럽다”며 “하지만 일부만 위헌 판단을 받은 것이고, 큰 테두리에서 윤창호법은 엄연히 존재한다. 빠른 입법 보완을 통해 입법 공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호씨는 2018년 9월 군 휴가를 나왔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고 사고를 당한 지 45일만에 숨졌다. 사고 이후 윤씨 친구들과 정치권 등의 노력으로 도로교통법 등을 개정한 ‘윤창호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전날 “과거의 음주운전 및 음주측정 거부 전력과 관련해 아무런 시간적 제한 등을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음주운전과 측정 거부자의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 148조2의 1항에 대해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양기대·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완 입법으로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들은 ‘10년 내’ 등으로 구체적인 음주운전 재범인정 기간 등을 적시해 위헌 논란을 피하면서도 반복된 음주운전을 가중처벌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음주운전을 근절하려는 윤창호법의 기본 취지를 살리려는 내용이 담겼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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