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 직원들이 2011년 6월3일 오후 경북 경주의 한 잔디구장에서 ‘화랑대 교육’을 받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첫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강기봉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발레오) 대표가 노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자동차부품 회사인 발레오에서 벌어진 ‘노조 파괴’를 두고 벌어진 법리 논쟁이 10여년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자동차부품 회사 발레오가 2010년 회사 경비업무를 외주화하면서 노동조합은 연장 및 야간근로를 거부하는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회사 쪽은 노조 파괴로 유명한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뒤 금속노조 산하에 있던 노조를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도록 지원했다. 당시 기업별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오리걸음 등 ‘얼차려’를 받게 하는 ‘화랑대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또 기업별 노조 전임자에게 2천여만원의 금품을 부당지원하기도 했다. 이 회사 강기봉 대표는 결국 2019년 7월 실형 8개월을 확정받았다. 그러자 강 대표는 노조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노조법은 사용자가 노조 조직 및 운영에 있어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 회사 쪽이 부당노동행위를 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처벌 규정도 두고 있다. 강 대표 쪽은 노조법의 ‘지배’ 등 내용이 추상적이며 민사적 책임 추궁도 가능한데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 재판관 9명 전원은 노조법이 헌법에 합치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노조법상 ‘지배’라는 표현이 다소 광범위한 표현이지만,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개입 행위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도 합헌이라 봤다. 재판관들은 “단순히 금전으로 환산해 배상하는 것만으로는 완전한 원상회복이 곤란할 가능성이 크다”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이 형벌과 동등하게 효과적 수단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부당노동행위가 노동3권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했을 때 과태료 처분 등 행정상 제재로 처벌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동안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기업 단체들은 ‘노사 간 힘의 균형을 깨트린다’며 노조법에 있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의 삭제를 주장해왔다. 헌재 관계자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재의 첫 판단”이라며 “부당노동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등 입법목적에 비춰 처벌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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