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김형태(오른쪽 셋째) 위원장이 2019년 2월12일 오후 서울 가회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형제도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소원 청구 취지를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헌법재판소가 다음달 사형제 헌법소원심판에 관한 공개변론을 여는 가운데 법무부 쪽이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다가오는 7월14일 오후 2시에 사형을 형벌로 규정한 형법 41조 1호와 존속살해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게 한 형법 250조 2항 가운데 사형 부분의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사형이 위헌이라 주장해 헌법소원심판을 낸 청구인 ㄱ씨 쪽과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장관 쪽 대리인인 정부법무공단 등이 나올 예정이다. 1992년, 2009년에 이어 사형제에 관한 헌재의 세 번째 공개변론이다.
법무부 장관은 사형제가 존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일 헌재에 법무부 장관이 보낸 의견서를 보면, △사형제 존속 여부가 선진국이나 인권국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며 △사형제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고 △사형제에 따라 달성되는 공익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이 담겨 있다. 그 밖에 △오판 가능성은 사형제의 숙명적 한계라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고 △헌법이 간접적으로 사형제를 인정하고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비상계엄 시 군사재판은 단심으로 이뤄지지만 사형을 선고했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내용의 헌법 110조4항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ㄱ씨 쪽은 사형제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먼저 헌법 110조4항은 단심제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때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경우를 규율하는 ‘기술적 성격’의 조항이라 사형제의 헌법적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이어 △사형제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며 △효과적 범죄 억제력도 없고 △사형 집행이 오판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밝혀져도 시정 방법이 없어 위헌이라는 내용을 의견서에 담았다. ㄱ씨 쪽은 사형 집행 과정에 법관이나 교도관을 참여하게 하는데, 이들을 공익달성을 위한 도구로만 취급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제도라고도 주장할 예정이다.
앞서 존속살해 혐의로 2018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ㄱ씨는 1심 재판 과정에 검찰의 사형 구형을 받았다. 이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당했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ㄱ씨와 함께 2019년 2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1996년 최초로 사형제 위헌 여부를 판단한 바 있는데, 당시 7(합헌) 대 2(위헌)로 합헌 결정했다. 이어 2010년에는 5(합헌) 대 4(위헌)로 합헌 결정을 했다.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점차 위헌 의견이 많아지는 추세다. 앞서 유남석 헌재소장 등 헌재 재판관 5명은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는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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