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출입이 가능한 곳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가 절도를 했다면 건조물 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반인 출입이 가능한 곳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가 절도를 했다면 건조물 침입으로는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절도 및 건조물 침입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ㄱ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해 8월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구에서 30만원 상당의 이어폰을 훔쳤다. ㄱ씨는 같은 방식으로 9월10일까지 5회에 걸쳐 230여만원의 재물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ㄱ씨에게 절도 혐의에 더해 건조물 침입 혐의도 적용했다.
1심은 지난해 12월 ㄱ씨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범죄를 목적으로 드나든 경우에는 건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고 건조물 침입 혐의를 인정하던 기존 판례에 따른 것이다. 과거 절도를 저질러 받았던 유죄 판결의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동종 범행을 저지른 점도 고려됐다. 지난 2월 나온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3월 건조물 침입 관련 판례가 변경됐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일반인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사실상의 평온 상태가 침해됐다고 평가할 수 없어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대법원 판단도 달라졌다. 대법원은 ㄱ씨가 일반인 출입이 허용된 교보문고에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건물 관리자의 평온 상태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설령 범죄를 목적으로 출입한 사실을 알았다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건물 관리자의 평온 상태를 침해한 건 아니라서 침입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은 “건조물 침입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주거침입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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