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해 계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할 때 명확한 반대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음주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음주운전자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추정해 계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할 때 명확한 반대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음주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ㄱ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해 1월1일 오후 3시께 전북 정읍시 한 아파트에서 술을 마신 뒤 식당까지 약 14㎞를 음주운전했다. 식당에서 재차 술을 마신 ㄱ씨는 오후 5시께 셀프세차장까지 약 4㎞를 음주운전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검사는 1차 운전 당시에도 ㄱ씨가 음주운전 상태였다고 보고, 함께 술을 마셨던 이의 진술 등에 기초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했다. 그 결과 ㄱ씨의 1차 음주운전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041%로 계산됐다. 음주운전의 기준이 되는 0.03% 이상이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음주운전을 반복하면 가중 처벌하는 ‘윤창호법’을 적용해 ㄱ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ㄱ씨에게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항소한 ㄱ씨는 2심에서 ‘1차 최종 음주시점은 오후 1시10분께가 아니라 오후 12시47분께이며 (진술 등과 달리) 실제 소주 2병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전제로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계산하면 1차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29%라 처벌 대상(0.03%)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ㄱ씨 초기 진술은 항소심 때 주장과 달랐다며 1차 음주운전을 개시할 때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임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섭취한 알코올양이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았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토대로 혈중 알코올농도를 계산해야 한다고 봤다. 명확한 반대 증명이나 증거가 있지 않은 이상, 음주를 개시한 시점부터 알코올 분해소멸이 시작되는 거로 봐야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전제로 대법원은 ㄱ씨가 진술한 ‘오전 11시30분 음주 시작’이나 지인 ㄴ씨가 진술한 ‘오후 12시 음주 시작’을 기준으로 위드마크 공식에 대입해 계산했다. 그 결과, ㄱ씨가 운전을 시작한 오후 2시30분 혹은 오후 3시 당시에는 모두 혈중알코올농도가 0.028% 정도라 도로교통법에 위반되는 0.03% 이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한 1차 음주운전 혐의가 유죄라는 전제로 음주운전을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을 적용한 2차 음주운전에 대한 판결도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옛 도로교통법을 위헌 결정한 헌재 판단을 들어 원심이 이 부분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파기환송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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