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쾌활하던 그 사람이 목맬 정도면…”

등록 2006-02-28 19:02수정 2006-02-28 21:54

구치소 동료 “혹시 ○○ 교도관 아닌가요”
“사람 많은 직원식당 탁자밑에서도 더듬어”
“그 교도관 … 혹시 ○○○ 아닌가요?”

<한겨레>가 서울구치소 안에서 일어난 교도관의 성추행과 여성 재소자 자살기도 사건을 보도한 직후 한 여성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대뜸 교도관의 이름이 맞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피해 여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며 ‘동병상련’의 아픔과 기억을 드러내 보였다.

몇차례 취재진과 접촉이 거듭되자, 이 여성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는 “1년여 서울구치소에서 수형생활을 한 뒤 최근 출소했다”며 자신의 정확한 신원(고은미·가명)을 밝혔다.

고씨는 “구치소 안에서 지난 19일 자살을 기도해 사실상 의식이 없는 여성 재소자와 잘 알고 지냈다”며 충격적인 내용들을 털어놨다. 한마디로 “거기서 같은 교도관에게 나도 당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자신말고도 4명 가량의 여성 재소자들이 구치소 안에서 성적 모욕을 당해 괴로워하고 있지만, 불이익을 우려해 아무 말도 하지 못 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그 안에서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한숨을 내쉰 고씨는 “문제의 교도관은 날마다 이상한 눈으로 여성 재소자들을 쳐다보면서,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몸을 만지는 등의 짓을 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특히 이 교도관은 가석방 등에 필요한 수형생활을 평가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을 저지르거나 당해도 어쩔 수 없이 입을 닫고 있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많은 직원 식당에서도 탁자 밑으로 손을 넣으라고 강요하면서 더듬는 사람인데, 그 애(자살을 기도한 여성 재소자)는 보는 이도 없는 상담실에 불려가 (성추행을) 당했으니 어떤 일이 있었을지는 떠올리기도 싫다”고 울먹였다.


게다가 고씨는 “교도관에게 성적 괴롭힘을 당할 때는 나도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평소에도 쾌활하고 외향적인 그 애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목을 맸겠느냐”고 말을 흐렸다.

이런 구치소내의 실태는, 또다른 여성 재소자가 밖으로 보낸 편지에서도 절실하게 드러난다.

서울구치소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12월20일까지 군산교도소로 옮겨져 수형 생활을 하고 있는 ㅇ아무개씨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아는 사람이 (교도관한테) 성폭행을 당했다구 하더라. 4명 정도 … 개인면담을 하자구 하더니 …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됐는데”라고 적었다.

ㅇ씨는 “우리가 아는 사람이 4명이지 아마두 이런 일 당한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한 뒤 “우리가 이런 곳에 있다고 해서 이런 억울한 일을 그냥 지나갈 수 없지 않니. 하지만 섣불리 말할 수가 없어 조심스럽다. 괜히 잘못했다가 도리어 피해를 당할까봐 말이다”라고 썼다.

그렇지만, ㅇ씨는 “우린 그냥 지나갈 수는 있지만 또다른 피해자들이 생길 수 있으니 부탁한다”며 격리된 상황에서 성폭력에 그대로 노출된 여성 재소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길 호소했다.

김기성 유신재 기자 rpqkf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