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전직 복싱 청소년 국가대표에게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재판에 넘겨진 ㄱ(22)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25일 확정했다.
ㄱ씨는 지난해 1월3일 인천 집에서 아버지(사망 당시 55)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중1때 대한복싱협회 정식 복싱 선수로 등록해 고3까지 6년간 복싱선수로 활동하면서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등 촉망받는 선수였다.
ㄱ씨의 선수생활은 고교 졸업 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게 되면서 중단되고 말았다. 진학하려던 대학 대신 다른 대학에 입학했으나 한 학기 뒤 미등록 제적됐고, 이후 노래주점 서빙 아르바이트, 자재 운반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마저도 그만둔 뒤에는 집에 머물며 인터넷 게임 등을 하며 지냈다.
당초 집을 나가 따로 살았던 ㄱ씨가 본가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게 된 건 2020년 9월부터였다. 부모님의 협의 이혼으로 어머니가 집을 떠나고, 형이 사기 혐의로 구속되면서 ㄱ씨는 어머니의 부탁으로 뇌병변 등으로 편마비를 앓는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그런데 ㄱ씨는 아버지와 둘이 살게 된 뒤 이 사건 범행이 벌어진 지난해 1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아버지에게 컵라면, 햄버거 같은 음식 만을 줬고,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병원에 데려가거나 씻기는 등의 돌봄은 하지 않았다. ㄱ씨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중에도 지속해서 아버지를 폭행했고, 지난해 1월3일 밤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얼굴과 몸통을 수십회 밟고 걷어찼다. 부검 결과 ㄱ씨의 아버지는 얼굴 광대와 갈비뼈 등 25곳이 골절됐고, 허파·간·신장 등 다수의 장기가 파열된 상태였다.
ㄱ씨는 ‘아버지가 넘어져서 숨졌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과 2심은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은 피해자의 손상 정도가 낙상으로 발생할 수 없고, 범행 발생 시간 동안 집에는 두 사람만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해 “ㄱ씨가 피해자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ㄱ씨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보면서도 다른 친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동거를 시작한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도 이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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