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나 아파트 소유자로 본인 건물 전유면적에 상응하는 땅 지분을 가진 집주인이라면, 토지 지분권자가 땅 사용·수익을 달라고 낸 청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땅 지분권자 ㄱ씨가 빌라 소유자 ㄴ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ㄱ씨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25일 대법관 만장일치로 파기환송했다.
ㄱ씨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빌라 대지 중 일부를 아버지로부터 증여·상속받았다. ㄱ씨가 1978년 땅 일부를 증여받은 뒤인 1980년 여기에 4층짜리 빌라가 들어섰는데, ㄱ씨는 이 빌라 자체의 구분소유자로 등기된 적은 없었다. ㄴ씨는 이곳 빌라의 구분소유자이면서 전유부분(세대에서 사용하는 공간) 면적비율에 상응하는 수준의 땅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ㄱ씨는 ㄴ씨에게 ‘빌라 때문에 땅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땅 사용·수익에 따른 이득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 및 이에 따른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란, 공유자 중 공유물을 배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유자들은 공유물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자에 대해 그 지분에 상응하는 만큼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논리다. 이에 근거해 대법원은 ‘땅만 가진 대지 공유자는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기존 판례를 변경해, ㄱ씨 같이 땅만 가진 땅 주인이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ㄴ씨 같은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파트 등 집합건물의 경우 땅 사용권과 전유부분이 사실상 동일하다는 특징이 있고, 전유면적에 상응하는 대지지분을 취득한 구분소유자라면 전유부분 면적비율로 사용하는 것이 다른 땅 주인의 지분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와 구분소유자 사이에서 대지의 사용·수익과 관련된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가 간명해졌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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