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아나운서로 방송을 진행했던 진정인 ㄱ씨는 출산으로 방송에서 하차했다가 출산 3개월 뒤부터 회사에 방송 복귀 의사를 밝혔다. ㄱ씨는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출산하러 간다고 했을 때 계약해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며 복귀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는 ㄱ씨와 계약을 맺지 않았다. 이에 ㄱ씨는 임신과 출산 등 이유로 여성 아나운서의 방송 복귀를 거부한 것은 차별이라며 지난 2020년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31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임신과 출산 등을 이유로 프리랜서 아나운서와 재계약을 거절한 <연합뉴스 TV>의 결정은 평등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임신, 출산한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방송 출연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한 것”이라며 “회사에 유사 사례의 재발방지 대책과 ㄱ씨에 대한 방송 복귀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TV>는 “ㄱ씨가 업무위탁 계약을 맺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서 고용계약을 전제로 한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차별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인권위에 주장했다. 또 ㄱ씨와 체결한 업무위탁 계약은 진정인의 의사에 따른 계약 합의 해지로 종료됐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이는 ㄱ씨의 임신 및 출산 때문이 아니라 방송사의 상황, 개편 시기, 아나운서의 프로그램 적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고용이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관계에 대해서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형식이나 명칭과 관계없이 노무를 제공하고 공급받는 상태를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ㄱ씨가 회사와 맺은 계약은 고용영역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상호협의로 계약을 해지했다는 회사 쪽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ㄱ씨가 잠시 방송을 쉬고 복귀할 것으로 예상이 됐고 임신·출산은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지난 4월 기준 피진정회사를 그만둔 아나운서 45명의 평균 근무 기간이 약 33.2개월로 3년 미만인 반면,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그만둔 5명 아나운서의 평균 근무 기간은 약 94.2개월(7년10개월)이다”며 “이는 뛰어난 역량으로 오랫동안 방송을 진행한 아나운서라도 임신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판단했다. 진정인도 6년9개월가량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한 아나운서로 출산이 아니었다면 중단 없이 방송 업무를 지속했으리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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