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로 이루어진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2조·7조) 위헌 결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반인권적 법률로 지적받는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와 ‘이적표현물 소지’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연다. 이들 조항이 헌재 심판대에 오르는 건 1991년 국가보안법 일부 개정 이후 벌써 8번째다. 헌재는 과거 7차례 결정에서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는데, 진전된 인권 개념과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해 이전과 다른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심판 조항은 국가보안법 제2조 1항 및 제7조 1항·5항 등이다. 이 가운데 제2조 1항은 반국가단체를 정의한 조항이다. 제7조 1항은 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하는 경우를, 제7조 5항은 반국가단체 찬양 목적으로 문서 등 표현물을 제작·소지·반포·취득한 경우 처벌한다는 조항이다.
헌재는 오는 15일 오후 공개변론을 열어 해당 조항에 대한 청구인 및 전문가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청구인과 법무부 쪽 참고인으로 나서 해당 조항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예정이다.
국가보안법 제7조는 ‘반인권 악법’ 국가보안법 가운데서도 불명확하고 두루뭉술한 내용 탓에 ‘공안몰이’ 수단으로 악용되는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혀왔다. 북한의 대남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를 조롱하듯 리트윗했다가 재판에 넘겨져 2014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박정근씨 사건, 자본주의 국가 타도를 선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8년 만인 2020년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노동해방실천연대(해방연대) 사건 등에 적용된 조항이다.
해방연대 사건에서 원심은 “피고인들이 사유재산제도와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 질서와 배치되는 듯한 주장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런 주장이 우리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다른 의견을 발언한 사실만으로 형사 처벌을 하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사실상 해당 법 조항이 사문화됐다는 판단인 셈이다.
앞서 헌재는 1992~2004년 이 조항에 관해 재판관 전원일치 또는 8:1로 합헌 결정했다. 그러나 2015년 김이수·이진성·강일원 재판관은 제7조 5항의 ‘소지·취득’ 부분에 대해 “이적표현물 소지·취득 행위가 국가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반대자나 소수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규정이 오·남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국가보안법 제7조에 관한 헌재의 공개변론은 처음인 만큼 이전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전문가 의견을 듣겠다는 건 내부에 상당한 이견이 있거나, 재판관 상당수가 시대 상황이나 현실에 맞게 국가보안법의 위헌적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해 위헌 결정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헌재가 심리 중인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 “경제 교류, 대북지원, 방송 등으로 북한의 실상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 우리 사회에 심각한 위험성을 줄 우려는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며 “현재 대한민국과 북한의 극복될 수 없을 정도의 군사적·경제적 차이와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의식 등을 볼 때 (찬양·고무 표현행위가) 우리나라의 존립이나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주어 실질적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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