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청년정책자문회의 의장인 양기종(오른쪽)씨와 부의장인 김희성씨가 20일 주요 정책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만 5살 입학 논란으로 시위할 때 유치원 선생님들이 ‘아기상어’를 개사해서 노래를 불렀어요. 잘 모르는 민중가요 대신 사람들이 다 아는 노래로 하니까 시위에 참여한 선생님들 반응이 되게 좋더라고요.” (김희성 교사노조연맹 정책국장)
“다른 은행 집회에 간 적이 있었는데, 사내 합창 동아리를 지도하는 선생님이 오셔서 힘내라고 노래를 해주고 가셨어요. 국회의원, 노조 간부가 아니라 일반 조합원이 무대에 올라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모습이 더 진정성 있었고요.” (양기종 금융노조 케이비(KB)국민은행지부 정책국장)
1980년대 초중반~2000년대 초 태어난 2030세대, ‘엠제트(MZ) 세대’가 노동조합의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대기업엔 이들이 중심이된 사무직 노조가 등장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도 청년조합원의 증가로 청년 조직을 잇달아 신설하며 엠제트 세대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지난 7월 한국노총이 출범한 청년정책자문회의(구성원 모두 83년∼96년생) 양기종(32) 의장과 김희성(28) 부의장을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케이비(KB)국민은행 신관에서 만나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두 사람은 1~2년 전까지만 해도 노동조합 활동과 거리가 멀었다. 2018년 은행에 입사한 양 의장은 지점 통폐합으로 원래 일하던 부산에서 서울로 일터가 바뀌었다. 당시 지방 지역 지점통폐합으로 서울과 수도권 등으로 발령받은 200여명의 대부분이 결혼하지 않은 젊은 직원들이었다. 양 의장은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난해 8월부터 노조 전임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7년 임용시험에 합격한 김 부의장도 2020년 3월 창립된 초등교사노조 활동을 하면서 노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등교 개학 여부를 두고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됐고, 교사들 사이에서 노조를 만들자는 목소리에 공감한 그는 노조 창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김 부의장은 “교사노조연맹은 20·30대 조합원이 50%를 넘고 교직의 특성에 따라 여성이 많은 조직이다. 교원 전체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경력 교사가 겪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노총에 이런 조직이 잘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교사 노조 전체에도) 뻗어 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노조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선 청년에게 더 많은 대표성과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양 의장은 “청년의 삶과 직결된 의제는 노조 내부에서도 중요한 의제로 생각하지 않거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다고 느낄 때가 있다”며 “노조 안에서도 청년을 배제하지 않고 권한을 주며 동반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도 “청년일수록 노조 간부를 하다가 업무에 복귀했을 때 적응이 어렵지 않다”며 “간부들이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고, 또 커리어도 관리할 수 있도록 병행할 수 있는 환경 등 유연한 구조가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청년정책자문회의 출범에 앞서 한국노총이 지난 6월28일∼7월3일 현재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청년 조합원 673명은 △임금(60%) △노동조건 및 노동환경 개선(48%) △주거(42%) △일터 안전(24%) 순으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이들은 앞으로 청년정책자문회의가 △청년노동자 실태 파악(36.8%) △청년 대상 정책 발굴(30.9%) △청년 참여 기회를 확대한 사회적 대화기구 활성화(26.6%) 등을 추진하길 바랐다. 청년자문회의는 향후 청년조합원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노조 활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여러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지난해 3월, 연맹 차원에서 청년 사업을 전담하는 청년사업실을 신설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청년연구사업을 진행 중이다. 김선경 민주노총 청년사업부장은 “유럽의 경우 유럽노총 차원에서 청년위원회가 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노동조합의 80% 이상이 청년위원회가 있다”며 “향후 청년위원회 신설, 대의원 청년할당제 등의 추진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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