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각종 범죄와 마주하는 형사재판부 판사 및 직원을 위한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이 일부 법관들의 고액 휴식 프로그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 운영하는 ‘마음자리 프로그램’은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법관 및 법원조사관·증인지원관 등 약 2500명의 법원 직원들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지난해 도입됐다. 지난해에만 약 2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집중치유’ ‘집단상담’ ‘개인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중 집중치유는 대표 운영장소 및 참여자가 희망하는 운영장소에서 스트레스 측정, 명상, 야외활동 등을 통해 심리적 회복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그러나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 대법원 마음자리 프로그램 운영 최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집중치유 프로그램을 이용한 45명 중 과반수가 숙박비가 비싼 연말에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45명 중 28명이 연말 시즌인 12월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호텔에 투숙했고, 이 중 18명의 이용 날짜는 크리스마스 연휴(24~25일)를 낀 날이었다. 숙박 장소도 크리스마스 휴일 1박당 80만~110만원까지 치솟는 5성급 호텔인 밀레니엄 힐튼 서울, 소노캄 거제가 대부분이었다. 45명 중에는 법관이 39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김승원 의원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형사재판부 직원들의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 판사 등 일부 고위 직원들을 위한 복지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라며 “보다 많은 직원이 이용하는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소그룹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던 해당 프로그램이 1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됐고, 11월까지 진행하지 못하였던 프로그램을 12월에 추진하면서 일부 숙소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게 선정되었고 운영에 미흡한 점도 발생했다”며 “앞으로 문제점을 적극 개선하고 보완해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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