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전남 곡성군 옥과면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학과에 입학한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아니타(39·오른쪽에서 두번째), 카멜라(36·가운데), 님파(28) 등 3명이 도우미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에게 희망 주고파”
“너무너무 행복해 한잠도 못잤당~께”
2일 오전 11시 전남 곡성군 옥과면 전남과학대학 입학식장. 쌀쌀한 바람에 눈발까지 몰아친 날씨였지만 입학식장에 들어선 국제결혼 이주여성 3명의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이들은 여느 신입생들과 마찬가지로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띤 채 사투리 섞인 인삿말을 건네며 즐거움을 나눴다.
밤잠을 설친 이들은 국제결혼 뒤 전남 곡성군에 정착한 이주여성 77명 가운데 뽑힌 필리핀 출신 주부 아니타(39·곡성읍 읍내리), 카멜라(36·삼기면 원동리), 님파(28·곡성읍 읍내리). 결혼 6~7년째로 주민등록번호를 버젓이 갖춘 한국인이지만 아직 문화 차이와 언어 장벽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 채 이 학교 호텔조리학과에 입학했다.
아니타는 “대학에 다니고 직업을 가질 수 있다니 꿈만 같다”며 “남편에게 맛 있는 술안주도 만들어주고 딸 소영(6)을 꼭 대학까지 보내겠다”고 다짐한다.
카멜라는 “아이를 대학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맡길 수 있어 다행”이라며 “열심히 공부해서 국제결혼한 이주여성들한테 희망을 심어주겠다”고 했다.
이들의 입학은 국제 결혼한 가정들이 지역사회에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배려하려는 학교와 군청의 지원 덕분이었다. 학생 1명마다 학교 쪽은 4학기 내내 200여만원씩 장학금을 주고, 군청 쪽은 3학기 동안 90만원씩 지원금을 낸다. 이들은 1년 정도 이론을 배운 뒤 한식·양식·일식·중식·제빵 등 분야별 조리사 자격증에 도전한다. 이들은 학교와 군청이 지난해 12주 과정으로 이주여성들을 위해 개설한 ‘한국음식의 이해와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능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인정받아 대학생이 됐다. 가사와 육아를 둘러싸고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시부모와 남편들도 ‘새 희망 만들기’에 기꺼이 동의했다.
아이가 둘인 님파는 “필리핀에 있는 어머니가 이 소식을 들으면 무척 좋아하실 것”이라며 “시어머니는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남편이 돕겠다고 약속했다”며 자랑했다.
이들은 입학식장의 학생 도우미들이 빨강 파랑 풍선을 건네며 환영하자 함박 웃음으로 화답하며 성공을 다짐하는 V자를 그려보였다.
곡성/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곡성/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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