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위원회가 임기 3개월을 남겨두고 위원 전원이 사퇴하며 활동을 종료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임기 2년인 경찰청 인권위원들의 조기 전원 사퇴는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10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경찰 인권위는 지난 9월16일 회의를 열고 8대 인권위(위원장 문경란) 위원들이 사임하면서 활동을 공식 종료했다. 당연직 1명(경찰청 감사관)을 제외한 민간위원 12명의 임기는 오는 12월까지 약 3개월 남은 상태였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문경란 위원장이 ‘인권위 활동을 이쯤 종료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서 다수결을 거쳐 전원 사퇴가 결정됐다고 전했다.
경찰 인권위원들이 활동을 종료한 배경엔 복합적인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위원들은 정권 교체 뒤 인권 사안을 이전보다 엄중히 대하지 않는 경찰의 태도와, 권고에 강제력이 없는 경찰 인권위 제도의 근본적인 한계에 실망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청장 자문기구인 경찰 인권위는 지난 6월 “위원회에 심의·의결권을 부여하는 등 역할과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청장에 권고했으나, 경찰청은 국가경찰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을 근거로 추진이 어렵다는 점을 전달했다. 한 인권위원은 <한겨레>에 “자문기구다보니 경찰의 태도가 중요한데, 존중하는 태도를 잘 못느끼게 되면서 활동을 접을 때가 된 것 아닌가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경찰 인권위는 2005년 창설 이후 두번째 조기 사퇴를 겪게 됐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경찰 인권위가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에 유감을 표명하며 사퇴를 결의한 바 있다. 경찰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업무 공백이 커지지 않도록 새 위원장 및 위원들을 구성중”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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