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011년 10월 부산 5차 희망버스 집회 당시 참가자들에게 물을 뿌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1년 ‘희망버스’ 집회 과정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금속노조 전 간부에 대해 대법원이 일부 혐의를 무죄로 보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집시법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전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 사업부장 ㄱ씨에 대해 14일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 일부를 무죄로 보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낸다고 밝혔다.
ㄱ씨는 2011년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희망퇴직에 반발해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농성 중이던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한 ‘희망버스’ 1~4차 집회를 기획하거나 참석했다. ㄱ씨는 집회가 금지된 야간에 가두행진을 하거나 미신고 집회를 주최하고, 영도조선소 담을 넘어 침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ㄱ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은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ㄱ씨의 혐의 중 2011년 7월 2차 희망버스 집회에서 경찰의 자진해산명령을 불응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ㄱ씨는 참가자 7천여명과 함께 부산 영도구 쪽 도로를 점거하고 미신고 집회를 벌이던 중 경찰의 3차례 자진해산명령에도 이에 응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당시 경찰의 적법한 해산명령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찰이 집회 해산명령을 할 때는 해산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고지해야 하고, 이를 고지하지 않거나 정당하지 않은 사유로 해산명령을 한 경우에는 참가자가 해산명령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당시 경찰은 ㄱ씨에게 “미신고 집회”라며 해산을 명령하지 않고 “불법적인 행진시위”, “불법도로 점거행위”라며 다른 이유를 댔다.
대법원은 “증거를 모두 살펴봐도 경찰이 이 사건 시위가 ‘미신고 집회’에 해당한다는 사유를 들어 해산명령을 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3회에 걸친 해산명령이 모두 적법한 요건을 갖췄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해, 이러한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ㄱ씨의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이현복 대법원 공보연구관은 “종래 대법원은 집시법상 집회의 해산 요건을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된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도록 노력해왔다. 이번 판례는 그와 같은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재차 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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