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용어 쉽게 써 국민과 소통을”
기왕증, 해태, 사위, 판단유탈…
일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쉬운 말로 고치는 등의 방법으로 판결문을 쉽게 쓰자는 제안을 현직 부장판사가 해 주목을 끈다.
이원범(사법시험 30회· 사진)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최근〈법률신문〉에 기고한 ‘민사판결서 작성방식의 현황과 개선 방향’이라는 논문에서 “쟁점이 표류된 채 형식적 변론을 거쳐 작성된 판결문은 당사자를 설득시킬 수 없다”며 판결문 작성 관행을 개선하자고 주장했다.
이 부장판사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 개정된 민법 용어를 쓸 것 △ 우리말을 쓸 것 △ 짧은 문장으로 단락을 나눌 것 △ 간결하고 명료한 표현을 사용할 것 등을 제안했다. 그는 먼저 “일상 용어를 써야 판결문이 쉽게 읽힐 것”이라며 “‘기왕증’은 ‘과거의 병력’으로, ‘이유 없다’는 ‘인정할 수 없다’로 바꾸어 쓸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 판사는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용어 순화가 많이 이뤄진 만큼 판결문에도 개정된 용어를 사용하자”고 덧붙였다.
그가 제안한 두 번째 요령은 짧은 문장 쓰기와 단락 나누기다. 이 부장판사는 “지금은 5줄~10줄짜리 문장이 기본”이라며 “주어와 서술어가 2개를 넘지 않도록 한 문장을 구성하고 인정사실을 열거할 때 장문식 나열은 피하고 단문으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또 “관용적 문구는 생략해 간결하게 쓰고 의미전달 기능을 잃은 ‘소외(소송 당사자가 아닌)’등의 말을 대체할 용어를 시급히 개발하자”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변호사가 아닌 소송 당사자도 이해할 수 있는 판결문을 쓰는 것이 법원과 국민이 소통하는 길”이라며 “법원과 학계가 함께 판결문 개선방안을 본격적으로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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