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 막힌 장폐색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처방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병원 교수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원심을 대법원이 사망과의 인과관계 및 주의의무 위반 등에 대해 다시 판단하라며 파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과 교수 ㄱ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공의 ㄴ씨에게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피해자(82)는 대장 종양, 장폐색 등의 소견을 받아 2016년 6월 이 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진료를 받게 됐다. ㄱ씨는 피해자의 주치의, ㄴ씨는 ㄱ씨의 지도·감독을 받는 전공의로 함께 피해자 진료를 맡았다. ㄴ씨는 장폐색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있음에도 장폐색 환자에게 치명적인 장정결제를 투여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부작용 등을 설명하지 않은 채 “대장내시경 검사가 아니라 간단한 생체조직 검사를 하는 것”이란 식으로 설명한 뒤 ㄱ씨에게는 ‘가족의 동의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이후 ㄴ씨는 ㄱ씨의 승인을 받아 피해자에게 장정결제를 처방했는데, 장정결제를 투약한 피해자는 장내 분변이 배출되지 못한 채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검사는 “두 사람이 장폐색이 의심되는 고령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장폐색 소견을 무시하고 피해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하도록 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설명의무도 위반했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원심은 교수 ㄱ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 전공의 ㄴ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원심은 두 사람 모두 피해자 가족들에게 장정결제 투여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고, 장폐색 의심 환자에게 소량씩 장정결제를 투여해 부작용 유무를 확인하는 등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ㄱ씨 사건에 대해 “원심이 의사의 의료행위 분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ㄴ씨가 분담한 의료행위에 관해 ㄱ씨에게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려면, ㄴ씨의 관련 경험이 미흡했거나 기존 경력에 비춰 적절한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며 “그러나 원심은 ㄱ씨가 ㄴ씨를 지휘·감독하는 사정만으로 직접 수행하지 않은 장정결제 처방과 이로 인한 위험성에 관한 설명에 책임이 있다고 단정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ㄴ씨에 대해선 설명의무 위반 및 업무상 과실을 모두 인정해 원심의 유죄판결을 확정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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