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전 에스티엑스(STX) 회장이 2014년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수백억원의 횡령·배임 및 회계부정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가 지난 여름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강덕수 전 에스티엑스(STX)그룹 전 회장이 20억원대 증여세 취소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강 전 회장이 서초세무서를 상대로 26억8천여만원의 증여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강 전 회장은 에스티엑스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그룹 지주사인 ㈜에스티엑스를 통해 계열사 9곳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기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45조의3에 따라 2013년 11월 약 26억8천만원의 증여세를 부과받자 소송을 냈다. 해당 조항은 일정 규모의 기업집단 계열사가 내부거래로 얻은 매출액 비중이 30%를 넘으면, 그 법인의 지배주주가 사실상 증여를 받은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조항이다.
강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지배주주가 실질적으로 얻은 이익이 아니라 미실현이익을 기초로 증여세를 매기는 문제가 있다. 업종과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 30%로 정한 것은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신청했다.
그러나 1심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기각하는 등 강 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조항에 대해 “특수관계법인의 사업기회를 활용한 지배주주 등의 재산가치 증가를 증여의 범위에 포함해 과세하는 것으로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등이 순기능이 있어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괄해 내부거래 비중 30%를 기준으로 둔 것도 “업종과 산업의 특성 등을 일일이 고려해 정상거래비율을 세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강 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이러한 하급심의 판단이 맞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강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특별사면을 받았다. 강 전 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하고 회계부정·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20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 8·15 특별사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강 전 회장을 ‘경제 회복’을 명분으로 특별사면했다. 그런데 ‘전직 경영인’인 강 전 회장이 국가 경제 회복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은 데다 자신의 범행으로 피해를 본 계열사와 주주에 손해배상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사면 배경을 두고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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