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스캠 조직원이 지난 7월29일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피해금을 인출하는 모습. 경찰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미국 의사‧군인 등을 사칭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친분을 쌓은 뒤 돈을 뜯어낸 국제 ‘로맨스 스캠’ 조직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5일 국제 사기 조직 일당 12명을 검거해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피해자 31명으로부터 37억원 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로맨스 스캠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로, 에스엔에스에서 친분을 쌓은 뒤 돈을 뜯어내는 사기 방식이다. 피해자와 오랜 기간 감정적 교류를 맺은 것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번에 검거된 일당은 주로 나이지리아·기니·말리 등 국적의 외국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미 군인·의사, 유엔(UN)·환경단체·선박회사 직원 등 다양한 전문 직업을 사칭했다. 이들은 참전으로 정부에서 받은 포상금·보상금 등 거액을 한국으로 보내는데 필요한 통관비·택배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가로챘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중장년층 여성으로, 우크라이나·이라크 전쟁 등 평소 접해보지 못한 이야기나 외국인과 대화한다는 신기함에 이끌린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당 피해금은 적게는 100만원부터 많게는 6억여원에 이른다.
사기 조직은 피해자와 연락하는 해외총책, 해외총책의 지시를 받아 국내에서 인출책 등을 관리하는 국내총책, 피해금을 인출하는 인출책 등 ‘점 조직’으로 역할을 나눈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피해금을 인출한 뒤에는 공범 간 나눈 에스엔에스 대화 내용, 입은 옷 등을 삭제·폐기에 나서기도 했다.
김기범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1계장은 “장래를 약속하거나, 거액을 받기로 한 사람이라도 현금·가상화폐·기프트카드 등 금전을 요구할 때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범죄 관련성 등을 거듭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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