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출입구에서 외국인 불법체류자 색출 목적이라며 노동자들을 검문하는 건설노조 노조원 모습. 경찰은 피의자들이 이런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공사현장 출입을 방해하는 등 괴롭힘을 저질렀다고 봤다. 서울중부경찰서 제공
건설현장을 돌며 건설업체에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노조활동 지원 기금을 요구한 혐의 등을 받는 건설노조 간부 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중부경찰서는 건설노조를 설립한 뒤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노조발전기금을 요구하거나 노조원 채용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노조원 11명을 공동공갈(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가운데 노조 위원장과 지부장 등 간부 2명은 전날(14일) 밤 구속됐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 건설업체는 11곳으로, 피해액은 업체당 약 300만∼4000만원 사이로, 모두 합해 2억원 남짓이다. 경찰은 “노조 간부들이 받아낸 돈은 주유비나 주택관리비, 식료품 구입 등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며 “노조 위원장 개인 용도로 상당액이 쓰였다”고 했다.
2020년 12월 건설노조를 만든 이들은 서울·수도권 일대를 6개 지부로 나눠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각 건설현장에서 현장소장 등을 상대로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는 등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 활동을 전임한다며 ‘노조전임비’ 또는 ‘노조발전기금’ 명목의 금전을 요구했고, 업체가 여기 응하지 않으면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괴롭힌 혐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명목만 건설노조였고, 실제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한 내역은 확인할 수 없었다”며 “노조원 채용을 강요해 이를 수용하면 노조와 관련없는 인력사무소 일용직 근로자들을 섭외해 채용시키고, 이미 현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 노조가입원서를 받은 뒤 전임비를 받은 것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피의자들이 접촉한 업체는 대부분 철근·콘크리트 등을 도급받는 하청업체로, 영세한 업체들은 공사기간 지연이나 추가 공사비 발생 등 손해를 감당하기 어려워 요구를 들어준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당 노조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과는 관련이 없는 단체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며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단속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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