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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소방·교통공사 ‘엇박자’…재난대응 시스템은 껍데기뿐

등록 2022-12-23 09:00수정 2022-12-23 15:32

[이태원 국정조사 풀어야 할 의혹들] ③무너진 재난 팀워크
119 구조대원과 일반 시민 등이 10월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응급조치 등을 하며 생존자들을 살피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19 구조대원과 일반 시민 등이 10월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응급조치 등을 하며 생존자들을 살피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0월29일 서울 이태원 한복판에서 150명이 넘는 젊은 목숨이 스러진 지 50여일이 지났다. 예고된 참사를 대비하지도, 막아내지도 못한 정부의 재난 책임자 가운데 책임지고 물러난 이는 한명도 없다. 여야는 지난달 23일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내년도 예산안 협상 지연과 국민의힘 불참으로 공전하다 지난 21일에야 첫 현장조사에 나서며 정상화했다. 참사의 윗선을 그대로 두고 진행 중인 경찰 수사가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조사 기간은 전체 45일(1차 시한 1월7일) 중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국정조사 대상에 오른 기관별로 규명해야 할 핵심 의혹들을 짚어봤다.

재난 대응과 사상자 구조에 책임 있는 국가기관들은 왜 팀워크를 발휘하지 못했나.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던져야 할 질문이다. 사고 발생 직후 중요했던 구조 시간 동안 경찰과 소방·서울교통공사 사이에서 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경찰 내부에서도 엇박자는 계속됐다. 재난 상황을 대비하라고 만들어진 국가 안전시스템은 껍데기뿐이었다.

우선 살펴봐야 할 것은 무너진 경찰 내부 공조 체계다. 이태원 사고 4시간 전부터 압사 가능성을 언급하는 112 신고 11건이 있었으나,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은 위험한 상황을 감지하지 못했다. 비슷한 내용의 신고가 여러건 접수되고 있다는 사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체계가 부재했다는 뜻이다. 참사 당일 112상황실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하던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은 상황실을 이탈해 있었고, 상황팀장도 밤 10시59분에야 사고를 인지했다. 이후 상황관리관에게 사고 사실을 보고하기까지도 40분이 더 걸렸다.

관할 경찰서인 용산경찰서와 상위 조직인 서울경찰청 사이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다. 밤 11시5분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현장을 보고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바로 보고하지 않았다. 김 청장이 이 서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사건을 인지한 시각은 11시36분이다. 지지부진했던 경찰 내 공조는 경찰 지휘부 무전망 녹취록에서도 드러난다.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사용하는 망의 녹취록에는 11시10분 “당직 형사 전원을 지원해달라”는 용산경찰서 교통과장의 녹취록 이전까지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기록이 없었다. 경찰 내부에서 재난 신고가 들어올 경우 어떤 체계로 전파되고 협업되고 있는지, 관련된 교육과 훈련이 있었는지, 없었다면 이러한 시스템이 부재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따져야 하는 이유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이태원역 인파를 분산시킬 수 있는 지하철 무정차 협의에 실패한 것도 참사를 키운 원인 중 하나다. 경찰은 참사 나흘 전 서울 용산경찰서가 이태원역장 등과 한 간담회에서 무정차 통과 대책을 논의했다고 주장하나, 공사는 관련 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참사 당일에도 경찰은 사고 시각 전인 밤 9시38분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고 말하나, 공사는 당시 통화는 ‘역사 내부 상황’에 대한 문의였을 뿐 무정차 통과에 대한 요청은 사고 이후인 밤 11시11분이었다고 주장하며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참사 당일 경찰과 공사 간에 여러차례 통화했지만 결국 무정차 통과는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왼쪽)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이 11월16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왼쪽)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이 11월16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소방과 경찰 간의 협조체계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소방당국은 밤 10시15분 최초 신고를 접수한 직후 다음날 0시17분까지 경찰에 15차례 현장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11시44분이 돼서야 서울경찰청 경비과장에게 가용 부대를 급파하라고 지시했고, 이러한 지시 전까지 출동 지시를 받은 기동대는 2개 부대뿐이었다. 이사이 용산경찰서와 용산소방서 간 공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재난사고가 일어날 경우 대통령실은 국정상황실과 국가위기관리센터를 통해 경찰과 소방으로부터 동시에 보고를 받고 상호 확인을 거쳐 지시를 내린다. 그러나 보고 체계는 뒤엉켰다. 밤 11시3분 국정상황실을 통해 참사 사실을 먼저 알게 된 윤석열 대통령은 11시21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신속한 구급과 치료가 이어질 수 있게 만전을 기하라”고 첫 지시를 내렸다. 전국 재난 상황과 소방 출동 상황을 파악하고 전파해야 할 행정안전부 상황실이 밤 10시48분이 돼서야 소방청 119상황실로부터 참사를 보고받았고, 경찰청도 참사 다음날 0시5분에야 위기관리센터에 첫 보고를 했기 때문이다.

재난 상황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소방·의료 등의 기관이 하나의 통신망으로 소통하는 ‘재난안전통신망’도 정작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지방자치단체 직원은 이 통신망에 연결된 무전기를 이용해 동시 소통하며 구조와 사고 수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10월29∼30일 중앙재난안전상황실과 서울시 재난상황실, 용산구 재난상황실에서 이뤄진 통신 시간은 195초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밤 11시41분 처음 통신이 이뤄졌고, 서울소방재난본부의 119시스템은 애초에 연계조차 되지 않았다. 사업비 1조5천억원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도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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