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대학교 체육학과 신입생들이 2월22~25일 충북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체력훈련을 받고 있다. 학생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이 사진은 <한겨레> 취재 사실이 알려지면서 8일 삭제됐다.
한 신입생의 ‘통과의례’ 증언
유격훈련·밤낮없는 체벌…손가락 골절·머리에 피
유격훈련·밤낮없는 체벌…손가락 골절·머리에 피
한 학생이 털어놓은 ㄱ대 체육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2.22~25, 신입생 300명)은 이 대학이 군대인지 학교인지 구별이 안 가게 할 정도다. 이 학생은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대학생활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의 아버지는 “어떻게 학생들을 이렇게 할 수 있냐?”고 분개했다.
첫날=충북 지역의 한 유스호스텔로 가는 버스 안에서 좌석에 등도 못 붙이고 앉아서 교가, 응원가, 체가(체육대학가), ‘곤조가’를 목이 터지게 불렀다. 도착하자마자 체육관에 몰아넣고 교수진 소개를 했는데, 이때도 거의 부동자세로 앉아 있어야 했다.
둘쨋날=오전에는 흙이 파여 엉켜 있는 땅에서 구보를 하고 엎드려뻗쳐를 했다. 오후에는 “학교 전통이다. 30분만 버텨라”는 선배 조교의 지시에 따라 아스팔트 농구장에서 머리박기, 뒤로취침 등의 기합을 반복적으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이 새끼손가락이 골절돼 병원에 갔고, 머리에 피를 흘린 학생들이 많았다.
둘쨋날 밤=피곤해서 한참 자고 있는데 깨운다. 몇 시인지도 모르겠는데 체육관으로 신발도 신지 말고 집합시킨다. 불도 안 켠 깜깜한 방에서 강당 위의 선배가 교통경찰 경광등을 올리고 내리는 동작에 맞춰 어깨동무를 하고 1시간 동안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공포와 고통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셋쨋날=오전엔 휴식, 오후부터 공동체 훈련이다. 유스호스텔에 군대유격장과 비슷한 시설이 있는데, 6코스마다 조별로 돌면서 3시간 동안 유격훈련을 받았다. 진흙바닥에 구르고, 기고, 머리박고 체육복은 흙탕물이 됐고, 신발은 황토색 물이 들어 빠지지도 않는다. 일부 여학생은 울기도 했다.
셋쨋날 밤=저녁에는 샤워하고 장기자랑 준비하라는데, 모두가 지쳐 누워 있다. 장기자랑 뒤 뒤풀이 때는 조장, 부조장 등 선배들과 소주도 마시고 얘기도 했다. 선배들도 “오리엔테이션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제 어려운 것은 다 통과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순진했다. 고통의 시작이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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