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달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자금 추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씨와 언론사 간부들이 거액의 금전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김씨가 전·현직 판사들의 술값을 대납했다는 의혹도 나오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양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의 실체를 규정한 뒤 청탁금지법 위반 등 적용 가능한 혐의를 검토할 방침이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김씨와 억대 금전거래를 한 언론사 현직 기자들을 상대로 청탁금지법 등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상 언론인은 직무 연관성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을 수 없다.
한겨레 간부였던 ㄱ씨는 2019~2020년 아파트 분양대금 명목으로 김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9억원을 수표로 받았다. ㄱ씨는 “빌린 돈으로, 2021년 8월 이 가운데 2억원을 갚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간부 ㄴ씨는 2020년 김씨로부터 1억원을 받았고, <중앙일보> ㄷ씨도 2019년 김씨로부터 9천만원을 받았다. ㄴ씨는 차용증을 쓴 사인 간 거래라고 설명했다. ㄷ씨는 김씨에게 8천만원을 빌려준 뒤, 원금과 이자를 합쳐 9천만원을 돌려받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에이(A)> 한 간부는 2018년 김씨로부터 명품 신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전직 언론인 출신 인사들이 화천대유와 고문 계약 등을 맺은 경위에 대해서도 확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 ㅁ씨는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뒤 2021년 6~9월 넉달 동안 35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그가 화천대유와 계약한 연봉은 1억2천만원이었다. 2019년 7월부터 화천대유 홍보실장을 맡은 <서울경제> 선임기자 출신 ㅂ씨는 27개월간 총 9천만원의 급여를 받기도 했다. <뉴스1> 부국장 출신 ㅅ씨는 2021년 연봉 3600만원의 고문 계약을 맺은 뒤, 그해 1∼8월 2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언론단체들의 성명도 이어졌다. 한국기자협회는 “기자들이 금전적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은 그 자체만으로도 저널리즘에 상당한 생채기를 남겼고 일선 기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었다”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부적절한 로비와 접대를 방지할 취재 및 보도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것만이 끝없이 추락하는 언론 신뢰를 만회하는 길이다”고 했다.
언론인뿐만 아니라 김씨가 현직 판사의 술값을 대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수사팀은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이 자주 이용했던 유흥업소 관계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2017년 당시 판사였던 ㅇ변호사의 술값을 대납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술자리엔 현직 판사인 ㅈ씨도 동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ㅈ판사는 이날 입장을 내어 “김씨와 일행의 술자리에 잠깐 들러 인사나 하고 가라는 연락을 받고 술자리 중간에 동석해 길지 않은 시간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중간에 자리를 떴으므로 술값을 누가 계산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와 관련해 제기되는 모든 의혹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