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기.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검찰이 전문성 강화를 위해 도입한 공인전문검사가 올해로 시행 11년을 맞았다. ‘특수통’ ‘공안통’ ‘기획통’만으로 검사들을 단순하게 분류했던 데서 벗어나 검사 개개인의 다양한 전문성과 경력이 인정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문검사 인증을 받은 뒤 변호사업계로 넘어간 인력이 적지 않아 ‘검찰 전문성 강화’라는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3년 공인전문검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10년 동안 46개 분야에서 273명의 검사가 전문검사 인증을 받았다. 2급인 블루벨트 검사는 10년간 총 266명이 선정됐다. 1년에 한번 열리는 심사위원회는 인증 신청자를 대상으로 사건 처리실적, 우수수사 사례, 관련 학위 유무 등을 종합해 인증을 내준다. 지난해에는 검사 92명이 신청했으나 22명만 블루벨트를 획득하면서 약 24%의 합격률을 보였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담당관으로 있다가 수원지검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수사팀에 합류한 조주연 부장검사가 범죄인 인도·형사사법 공조 분야 블루벨트다.
검찰 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블랙벨트는 더 바늘구멍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2021~2022년 36명이 블랙벨트를 신청했지만 단 1명만이 심사를 통과했다. 제도가 시행된 10년 동안으로 넓혀봐도 블랙벨트는 7명의 검사에게만 부여됐다. 블랙벨트를 보유한 전·현직 검사 7명은 △문찬석 선능 변호사(시세조종 분야) △이종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유사수신·다단계 분야) △박현주 창원지검 진주지청 검사(성폭력 분야) △박윤석 서울고검 검사(피해자보호 분야) △김태우 김앤장 변호사(형사법제 분야) △홍효식 우송 변호사(공판·송무 분야) △천기홍 대구지검 검사(강력 분야)다.
검찰에서는 전문검사 인증제가 도입되면서 검찰의 전문성 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대검 집계에 따르면 현재 검찰에 남아있는 전문검사들은 45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이 중 성 관련 범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검사가 18명으로 가장 많고, 조세(12명), 증권·금융(9명)이 뒤를 이었다. 인권, 사회보호, 식품, 교통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검사도 각 1명씩 있었다. 검찰은 공인전문검사 인증을 통해 “지능화, 다양화되고 있는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검찰 업무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의 전문성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지만, 인증을 받은 뒤 검찰을 떠나는 이들은 적지 않다. 지난 10년간 전문검사 타이틀을 딴 273명의 검사 중 현재 검찰에 남아있는 이는 200명에 그친다. 4명 중 1명 이상이 검찰을 나갔다는 뜻이다. 이 중에는 블랙벨트 보유자 홍효식 변호사처럼 정년을 맞아 검찰을 떠난 이도 있지만, 인증서를 받고 1~2달 뒤 검찰 인사 때 옷을 벗고 나가 로펌에 취업한 사례도 있다.
다만 전문검사 인증이 ‘취업용 스펙’은 아니라는 항변도 나온다. 한 블루벨트 보유자는 “검사 시절 어떤 분야에 주로 있었는지와 직급, 네트워크 등에 따라 로펌에 들어가게 되는 거지 인증서 유무가 취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도 “로펌들은 어차피 각자 원하는 분야의 인재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증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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