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9일 오후 김수남 법무부 홍보관리관이 천정배 장관의 사과문을 대독한 뒤 머리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법무부 진상조사단…조직적 축소·은폐도 확인
서울구치소에서 성추행당한 뒤 자살을 시도한 김아무개씨 외에도 가해자인 이아무개(57) 교도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 재소자는 11명이나 더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김씨 사건이 발생하자 서울구치소와 서울지방교정청, 법무부 교정국이 조직적으로 이 사건을 축소·은폐한 사실도 확인됐다.
법무부 진상조사단(단장 이옥)은 9일 이런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 교도관의 성추행이 공무원의 독직폭행죄(인신구속 직무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해 검찰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사건 축소·은폐에 가담한 서울구치소 분류심사과장과 보안관리과장, 전·현직 서울구치소장을 모두 중징계하기로 하고 법무부 교정국장과 서울지방교정청장에게도 감독 책임을 물어 주의 조처를 내렸다.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 교도관한테서 분류심사를 받은 여성 재소자 53명을 면담조사한 결과 서울구치소와 군산교도소, 원주교도소 등에 11명의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 중에는 출소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조사단은 그러나 이씨 외에 다른 교도관이 성추행을 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상 조사 결과 서울구치소 분류심사과장은 성추행 발생 직후 피해자에게 “이씨의 교도관 정년이 1년 남았는데 용서해 달라, 진술서를 자세히 쓰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며 피해자를 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구치소 보안관리과장은 직원들을 피해자 가족에게 보내 “합의가 안되면 가석방이 늦어질 수 있다”며 가석방을 조건으로 합의를 종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보안과장은 또 성추행 사실을 보고받고도 “교도관이 피해자를 껴안으려고 한 사실이 있을 뿐”이라며 서울지방교정청과 법무부에 거짓 보고했다. 법무부 교정국은 지난달 23일 <한겨레> 보도로 이 사건이 처음 외부에 알려지자, 이런 보고내용을 토대로 언론에 거짓 해명했다.
한편,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교정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피해자와 그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련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여성 재소자에 대한 처우 개선, 성추행 감시 예방활동 등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4월부터 여성 인권단체가 참가하는 ‘성폭력 감시단’을 교정시설 안에 설치하고, 여성 분류심사관 30명을 특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현재 청주교도소 1곳에 불과한 여성 전담교도소를 추가로 지정하고, 구금시설 안 성추행 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한 성폭력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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