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 재활용선별장에서 재활용 비닐을 분류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포클레인이 쓰레기를 한 움큼 집어 파쇄기 투입구에 집어넣는다. 비닐봉투에 든 쓰레기가 갈려 컨베이어벨트로 떨어진다. 파쇄된 쓰레기가 벨트를 따라 올라가다 처음 만나는 관문은 자력선별기다. 여기서 자성이 있는 캔과 고철 등이 옆으로 분리된다. 남은 쓰레기는 계속 올라가 사람 키보다 큰 기계로 들어간다. 기계 안엔 20kg짜리 ‘타격날’이 100여 개 있다. 타격날은 1분에 800번 정도 쓰레기를 때린다. 유리나 플라스틱 등은 깨져 밑으로 떨어진다. 비닐처럼 찢어지지 않는 쓰레기는 맞으며(타격) 계속 이동한다. 비닐에 묻은 오염물도 이 과정에서 밑으로 떨어진다. 불과 1분 전까지 뒤섞여 있던 쓰레기에서 비닐과 일부 플라스틱 잔해물만 남는다. 모두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 아닌 쓰레기’다.
2023년 1월26일 찾은 경기도 포천시의 전처리시설에서는 폐기물을 선별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소각장 신규 건설을 두고 주민과 갈등하는 마포구청이 ‘소각장 백지화’ 대신에 제안한 것이 바로 ‘전처리시설’이다. 마포구청은 전처리시설을 활용하면 쓰레기의 87%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포천 전처리시설을 운영하는 씨아이에코텍의 조일호 대표는 다섯 손가락을 폈다.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는 생활폐기물을 기준으로 봤을 때 평균 50%는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쓰레기에 따라 비닐이 더 많이 들어오면 더 높아질 수 있고요.” 이 회사는 사업장에서 버리는 생활폐기물을 가져다가 재활용한다. 선별 타격기를 거쳐 나오는 비닐과 플라스틱 잔해물 절반가량은 하수관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거나 열분해유로 재활용된다. 품질이 좋지 않은 나머지 절반은 시멘트를 만드는 연료로 쓰인다.
강원도 동해시는 2020년 9월부터 전처리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흔히 가정집에서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는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이 2022년 71.5%(1만7288t 중 1만2353t)에 이르렀다. 삼척시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전처리시설을 운영 중이다. 환경부는 2023년 처음으로 전처리시설 관련 예산을 배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폐비닐 전문 선별 시설에 32억원이 처음 배정됐다”며 “현재 수요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처리시설도 소각장처럼 부지를 찾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고 일괄 도입하기엔 아직 성능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쪽은 전처리시설 설치 계획에 대한 <한겨레21>의 서면 질의에 “악취·분진·소음과 청소차량 진·출입 민원이 발생할 수 있고 설치 부지 확보도 곤란하다”며 “소각장 건설만큼이나 어려워 서울 도심 특성상 현실적으로 설치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포천=류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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