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상해·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가중처벌한다는 이른바 ‘민식이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가 민식이법 관련 판단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5조의13(민식이법)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8대1로 합헌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2019년 충남 아산시의 한 스쿨존에서 9살 김민식군이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도입된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 12살 미만 어린이를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하면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치게 할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헌법소원을 낸 강아무개씨 등 운전자 2명은 ‘민식이법이 운전자에게 과도한 형벌을 부과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보행자보다 차량을 우선시하는 후진적인 차량 중심 문화”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의 상해·사망사고 다수 발생”을 근거로 과도하지 않다고 밝혔다.
헌재는 “한국의 보행 중 사망자 비율 및 인구 10만명 당 보행 중 사망자 수는 최근까지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하는 등 아직도 보행자보다 차량을 우선시하는 후진적인 차량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의 상해·사망사고도 지속적으로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어린이보호구역을 설치하고 엄격한 제한속도 준수의무와 안전운전의무를 부과해 위반자를 엄격히 처벌하는 것은 어린이에 대한 교통사고 예방과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민식이법이 운전자의 고의·과실을 불문하고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재는 “법관이 운전자의 과실, 피해 정도 등 여러 양형 요소를 고려해 적정한 형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어린이 사망사고의 경우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지만 판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고, 어린이 상해사고에 대해서도 죄질이 비교적 가볍다고 판단되면 작량감경(판사가 여러 사정을 고려해 낮은 형을 선고하는 것)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운전자) 주의의무 위반의 내용 및 정도와 어린이가 입은 피해 정도가 다양해 불법성 및 비난 가능성에 차이가 있다고 해도, 이는 법관의 양형으로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범위 내의 것”이라며 “운전자가 보다 높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불이익보다 어린이가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해서 얻게 되는 공익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은애 재판관은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는 어린이의 갑작스러운 도로횡단이나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과실범인 운전자에 대한 지나친 형벌 강화는 운전자의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보다 ‘운이 없어 처벌받게 됐다’는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며 민식이법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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