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해외유학 중 태어나 복수국적을 취득한 경우 병역의무를 해소해야만 한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다고 한 국적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복수국적자가 국적이탈을 할 수 있다고 한 조항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한국·미국 복수국적자인 ㄱ씨가 국적법 제12조 3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8인 전원일치(이석태 재판관은 출장으로 평의 불참)로 합헌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부모의 미국 유학 중 태어난 ㄱ씨는 군 입대 전 한국 국적을 포기한다는 신고서를 냈으나 법무부에서 반려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해당 조항은 ‘직계존속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는 복무를 마치거나 병역면제처분을 받는 등 병역문제를 해소해야 국적 이탈신고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이 조항이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병역의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국적이탈을 통한 편법적인 병역기피를 방지하려는 것”이라며 “‘직계존속의 영주목적 없는 국외출생자’에 대해서도 병역의무 해소 없는 국적이탈을 허용한다면, 그가 계속 가족과 함께 국내에서 생활하면서 국적이탈을 통해 병역의무를 회피하는 행동을 보이더라도 이를 방지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공평한 병역분담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보호해 국방역량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국익”이라며 “우리 국적법상 출생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에게 병역의무를 해소하도록 요구하는 것 자체가 과도한 부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 ‘복수국적자가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국적이탈을 신고할 수 있다’는 국적법 14조에 대해서도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한국·미국 복수국적자로 미국 주소 없이 한국에서 성장한 ㄴ씨가 낸 헌법소원에서, 헌재는 “주로 국내에서만 생활하며 대한민국과 유대관계를 형성한 자가 외국에 아무런 생활근거 없이 단지 법률상 외국 국적을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사정을 빌미로 국적을 이탈하려는 행위를 제한받는다고 해서 과도한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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