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옮기던 중 발생한 오류로 사상 초유의 전산시스템 중단 사태를 일으킨 법원이 이관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6일 새벽까지 다시 전자소송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자소송이 도입되면서 재판이 비교적 신속·편리해졌지만, 이번 먹통 사태로 인해 개선해야 할 한계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대법원 법원행정처 설명을 종합하면, 법원은 부산회생법원·수원회생법원 개원에 맞춰 지난달 28일 오후 8시부터 1일 오전 4시까지
전자소송시스템을 중단하고 7억7천만건의 데이터 이관작업을 마칠 예정이었다. 그런데 프로그램 오류로 제때 작업을 마치지 못했고, 시스템 재가동도 지연되면서 2일 밤 11시께까지 법원 누리집 사건검색 기능과 재판 기록 제출·열람 확인이 되지 않았다. 법원 전산이 마비되자 전자소송으로 이뤄지는 민사 재판도 사실상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남은 데이터 이관작업을 위해 법원행정처는 4일 오전 10시부터 6일 오전 6시까지 다시 전자소송시스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5일 “시스템을 중단하지 않고 변경작업을 진행하게 되면 상호 간의 데이터가 달라져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게 된다. 또 보안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시스템에 대한 사용자 접근을 제한한 것”이라고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전자소송 시스템 전면 중단은 2010년 4월 전자소송이 시행된 이후 처음이다. 전자소송은 기존의 종이 기록을 전자화해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전자소송시스템에 따라 소송서류 제출 및 기록 열람, 소송진행경과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우편으로 이뤄지던 송달이 전자송달로 바뀌면서 소송 기간도 그만큼 단축됐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현재는 민사·가사·행정·특허 재판에서 전자소송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르면 2024년 10월부터 형사재판에서도 전자소송이 시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데이터 이관 중 발생한 오류로 재판까지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법원 차원에서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전자소송시스템의 정상적인 복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사과문을 내긴 했지만, 재발방지 대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보안사고나 시스템 장애 문제에 있어서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잣대가 달라서는 안 된다. 카카오톡 장애 사태 때에도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자 카카오 대표가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냈다”라며 법원도 재발방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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