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용의자 ‘귀 모양’까지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올해 중 도입을 추진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경찰이 기존 얼굴인식 시스템만으론 범죄자 검거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생체인식 정보기술이 점점 발전하는 상황에서 법 집행기관인 경찰이 구체적 법률에 근거해 생체정보를 수집하도록 법·제도를 명확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청은 올해 ‘3차원(3D) 얼굴인식 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신속한 범죄자 검거를 위해 얼굴 귀 인식 데이터베이스(DB·디비) 구축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22일 밝혔다. 2017년부터 전국 일선 경찰서에서 3차원 얼굴인식 시스템을 활용 중인 경찰은 수사하며 확보한 블랙박스나 시시티브이(CCTV) 등에 찍힌 용의자 얼굴과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전과자 얼굴 사진을 비교해 신원을 가려낸다. 기존에도 눈·코·입을 비롯해 얼굴 윤곽 등의 특징으로 용의자와 전과자의 신원 대조를 도운 이 시스템에 이번엔 ‘귀’를 추가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경찰은 ‘귀 디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경찰은 최근 프로그램 개발 입찰 사업제안서에서도 “시시티브이, 현금자동인출기(ATM) 등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노출되는 귀 영역 인식을 개발해 신원 확인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개발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귀 모양은 얼굴 앞면과 달리 나이가 들어도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지문처럼 사람마다 각각 모양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마스크를 쓰고도 얼굴의 특징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귀도 분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돼 정확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귀의 특징 영역을 추출한 뒤 이를 보정하고, 디비에 저장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시민사회단체는 범죄 수사를 위한 목적이 있더라도 특정 개인을 구별해내는 생체인식정보 고도화 작업은 구체적인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원칙적으로 생체정보와 같은 민감정보는 사전에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다른 법에서 민감정보의 처리를 요구하는 경우에 한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에서 공공기관이 이런 생체정보 등을 수집했을 때 목적과 다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규정한다. 예외 조항 중 하나로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도 포함돼,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해 별다른 통제가 없게 됐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다른 나라에서는 생체인식정보를 민감정보로 처리하는데, 한국 경찰은 이를 일반 개인정보로 처리한다. 시행령에서 경찰을 포함한 공공기관을 예외로 둔 것 자체가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유럽연합(EU)이 검토 중인 인공지능 규제안을 보면, 법 집행기관이 형사 범죄를 탐지·조사·기소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경우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람이 감독해야 하는 등 엄격한 의무사항을 부과한다는 안을 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부 수법의 범죄자 얼굴 사진을 수집하는 데다, 귀 인식 기술 개발도 기존에 확보한 얼굴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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