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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급식소에서 일하는 영양사가 직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한다’라는 식품위생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유치원 원장 ㄱ씨가 식품위생법 96조 일부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집단급식소에서 근무하는 영양사의 직무로 식단작성, 검식 및 배식관리, 구매식품 검수 및 관리 등을 나열한 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ㄱ씨는 이 조항으로 처벌받게 될 상황에 놓이자 헌법소원을 냈다. ㄱ씨는 2015년 3월~2016년 10월 매달 50만원을 주고 영양사를 고용해 이메일로 식단표를 받았다. 고용된 영양사는 한달에 한번 유치원을 방문해 장부를 점검했을 뿐, 검식 및 배식관리 등은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해당 영양사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ㄱ씨도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겼다.
헌재 재판관 7명은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봤다. 이석태·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집단급식소에서 근무하는 영양사의 직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단순히 이 규정을 위반한 자를 처벌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며 “어떤 것이 범죄인지를 입법자가 법률로 확정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법 운영 당국이 재량으로 정하는 결과가 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유남석·이선애 재판관은 이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는 반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영양사의 사소한 직무위반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을 열어둔 조항이어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은애·이미선 재판관은 이 조항이 합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영양사에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영양사가 그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위해 정도가 높기 때문이다. 처벌조항은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행위 일체를 처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 집단급식소의 위생과 안전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로 처벌 대상을 한정하는 것”이라며 명확성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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