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응시료 부담이 크다”며 민간기업에서도 영어성적 유효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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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째 대기업 취직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는 신수영(24)씨는 토익 성적 유효기간이 두달밖에 남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구할 생각이다. 한번 치를 때마다 4만8천원씩 내야 하는 토익 응시료가 부담돼서다. 신씨는 30일 “토익 시험 비용 마련하려고 간간이 아르바이트해야 하는 것이 버겁다”며 “공기업처럼 사기업에서도 토익 성적 유효기간을 연장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공공기관 채용 시 토익·토플 등 공인영어성적의 유효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린 데 이어, 최근엔 세무사 및 공인회계사 시험에서도 내년부터 영어성적 유효기간을 똑같이 연장해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신씨 같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매번 점수 갱신을 위해 쓰는 응시료 부담이 크다”며 국민의힘이 내세운 ‘1호 청년정책’처럼 민간기업에서도 영어성적 유효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효기간이 만료돼 최근 토익을 다시 본 김서윤(24)씨도 “취업준비생은 토익만이 아니라 오픽(외국어 말하기 평가), 토익 스피킹, 토플, 컴퓨터활용능력 시험 등 다른 자격증도 취득해야 할 게 많아 생각보다 지출하는 돈이 많다”며 “사기업 지원자들만 시험 보는 횟수가 더 늘어나고, 소요되는 비용도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영어성적 유효기간 연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일반 사기업에서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토익 시험 시행기관이 성적 유효기간과 관련한 기준을 변경한다면, 채용할 때 영어성적 유효기간 연장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시행기관인 와이비엠(YBM) 한국토익위원회 관계자는 “토익 시험 개발기관은 미국 이티에스(ETS)이기 때문에 시행사인 한국토익위원회가 시험 유효기간 연장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뚜렷한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5월 국민의힘 청년정책 총괄 기구인 청년정책네트워크 특별위원회는 ‘1호 청년정책’으로 토익 성적 유효기간 연장을 민간기업에도 적용하는 ‘누구나 토익 5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취업준비생들의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좋은 정책으로 크게 환영한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토익 등 공인성적 인정기간을 2년에서 최장 5년까지 연장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사기업에도 정부 지원사업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성적 인정기간을 늘리도록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구연수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