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금품청탁 받은 경제 고위관료 겨냥한 듯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주임검사 최재경)는 23일 외환위기 때 부실기업 인수·합병을 도와주거나 은행 대출을 알선하는 대가 등으로 10여억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등)로 구조조정 컨설팅업체 ㅇ사의 김아무개(46)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경제부처 고위 관료 및 금융권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맺고 있고, 김대중 대통령 정부 때 부실기업 정리·매각 등 구조조정 과정에 깊숙이 간여했다. 검찰은 김씨가 부실기업 매각과 관련해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에게 금품 등의 로비를 했는지, 고위 관료들이 기업 매각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김씨가 부실기업 인수·합병과 관련한 청탁을 받고 비리를 저지른 게 있는지 등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며 “김씨가 돈을 받은 사실은 시인하고 있지만 알선의 대가라는 점은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외환위기 당시 이름난 외국계 컨설팅 회사 등 여러 회계법인의 임원을 지내며 구조조정 관련 컨설팅을 사실상 독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업체들로부터 부실기업을 헐값에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금품을 받고, 고위 관료들에게 청탁해 실제로 기업 인수·합병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받은 돈이 다른 곳으로 흘러갔는지 보고 있다”며 “청탁과 관련해 정·관계 인사를 소환할 계획은 아직 없지만 청탁 여부도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지난 1월에도 김씨를 체포해 고위 관료들에게 로비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김씨를 조사한 뒤 돌려보냈으나 그가 대표로 있던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등 내사를 계속해 왔다.
김씨는 또 2001년 경기 부천지역의 쇼핑몰업체로부터 은행 대출을 받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도 사고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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