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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 2900여명 치안현장으로…대대적 조직 개편에 ‘술렁’

등록 2023-09-18 17:35수정 2023-09-19 02:43

과거 회귀, 신고 출동 지연 우려도
지난달 경찰이 경기도 성남시 오리역을 순찰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경찰이 경기도 성남시 오리역을 순찰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찰이 전국 197개 경찰서 정보과를 없애는 등 인력 2900명을 확보해 치안 현장으로 보낸다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범죄 예방 활동을 강화한다는 취지인데, 현장에선 112 신고 출동 지연과 지역 정보 약화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내년 상반기 인사 때 본청과 시도청, 경찰서 인력 2900여명을 치안 현장으로 재배치한다고 18일 밝혔다. 행정관리 조직과 인력을 줄여 일선에 내보내는 한편, 분리된 범죄 예방 조직과 112 신고 출동 조직을 합치는 게 핵심이다.

본청은 생활안전국과 교통국을 생활안전교통국으로 통합한다. 수사국과 형사국은 각각 사이버수사국과 과학수사관리관을 흡수한다. 공공안녕정보국과 외사국도 조직 규모를 줄인다. 기존 범죄예방정책과와 112 신고 업무를 총괄하는 치안상황관리관을 통합해 범죄예방대응국을 신설한다.

가장 큰 변화는 일선서의 정보과 폐지다. 집회·시위가 많은 62개 경찰서를 제외한 197개 경찰서 정보과가 폐지되고, 시도청으로 통합돼 394명이 감축된다. 시도청과 경찰서에서 수사 수사심사담당관 제도도 폐지해 532명의 인력을 줄인다.

이런 재배치에 따라 현장 인력 중 2600여명(28개대)은 ‘기동순찰대’로 재구성된다. 기동순찰대는 다중 밀집 장소, 공원·둘레길 등 범죄 취약지에 배치돼 예방순찰 활동을 벌인다. 세종·제주를 제외한 모든 시도청에 16개대, 1300여명 규모의 권역별 형사기동대도 신설된다. 형사기동대는 시도청 강력범죄수사대와 경찰서 강력팀 일부 인력을 전환해 사후 검거·수사 위주의 대응에서 예방적 형사활동 비중을 50% 가량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치안 수요가 많은 파출소·지구대인 중심지역관서 운영개선으로 3200여명의 순찰인력 증가, 경찰관기동대의 순찰 활용 등을 통해 9000여명의 실 순찰인력이 확보된다는 게 경찰의 계산이다.

갑작스러운 조직 개편에 일선에서는 각종 혼선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치안상황관리관이 범죄예방대응국과 통합되면 순찰과 112 신고 출동 업무를 함께 하게 돼 신고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서울의 한 경찰서 112종합상황실 소속 경찰관은 “산악순찰을 한달 해보니, 시간이 걸려 신고 출동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업무적으로 예방과 112 신고 출동을 동시에 하기가 쉽지 않다”며 “쥐어짜기식으로 부서를 합쳐서 인원 키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윤 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런 염려가 있는 부분 안다”면서도 “지역경찰의 기본 업무는 예방 순찰이다. 순찰차가 현장에서 거점 순찰하다가 바로 대응한다고 과연 더 늦을까”라고 반박했다.

지역 정보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정보관은 “이태원 참사에서도 정보과에서 지역 안전 문제를 제대로 보고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치안을 강화한다면서도 결국 정부가 필요한 경찰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된 경찰 수사를 감시하기 위해 도입된 수사심사관이 3년만에 폐지되면서 견제 장치가 사라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청장은 “업무효율성 비교했을 때 수사과장·팀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해 폐지하기로 했다”고 했다.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는 과거에 실패한 제도의 재도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014년 도입된 기동순찰대는 경찰관 증원 인력을 일선 지구대·파출소에 나누는 것보다 치안 수요가 많은 곳에 집중하겠다는 이번과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2017년 24개 경찰서까지 확대해 운영했지만, 현재는 6개소만 운영 중이다.

형사기동대는 개청 당시부터 운영되다가 1999년 기동수사대로 바뀌어서 2006년 광역수사대 체제로 들어오면서 광수대에 흡수됐다. 수사 업무를 주로 담당해온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과거 형사기동대가 기동수사대로 바뀌었다 광역수사대 등을 거쳐온 것으로 아는데, 과거로 역행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보여주기식 땜질식 처방”이라고 했다. 충청 지역의 한 경찰관은 “강력팀이 빠르게 검거하는 게 오히려 범죄를 줄이는 길인데, 예방을 한다고 막을 수 있겠냐”

수사 인력도 감축이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일선서 강력팀 형사 18%가 형사기동대에 투입돼 예방 형사활동에 투입되고, 과학수사관리관이 형사국과 합쳐지면서 7개 시도청 과학수사과가 폐지된다. 수사국과 사이버수사국도 통합된다. 수사 업무를 주로 담당해온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과거 형사기동대가 기동수사대로 바뀌었다 광역수사대 등을 거쳐온 것으로 아는데, 과거로 역행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보여주기식 땜질식 처방”이라고 했다. 국가수사본부 소속 경찰관도 “결국 내근 인력이라는 것도 수사를 지원하기 위한 인력인데, 그 일을 누가 하라는 건지도 명확하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순찰 인력을 늘린다고 이상동기 범죄 등 각종 흉악 범죄를 막을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계속 남는 상황이다. 이에 윤 청장은 “100% 정확한 지적이다. 이상동기 범죄를 경찰력만 가지고 막을 수 없다”며 “경찰이 담당하는 역할이 순찰과 특별예방이다보니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이고, 이렇게 한다고 이상동기범죄가 근절될 것이라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짧은 시간 내 이뤄진 것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22년차인 한 경찰관은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본 역대 최대 조직 개편인데, 너무 짧은 시간 내에 결정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장기적으로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다음 달 국무회의를 거쳐 직제를 개정해 제도 보완에 나선 뒤 경무관 이상 인사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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