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씨 부실기업 인수비리가 본류”
외환은행 매각 과정도 손볼지 관심
외환은행 매각 과정도 손볼지 관심
대검 중수부가 현대·기아차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26일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수사의) 지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비자금을 조성해 김씨에게 로비자금을 건넨 것이 수사의 ‘본류’는 아니라는 얘기다. 검찰은 부실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청탁과 관련한 비리,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대출 관련 비리 등 두 가지가 이번 사건의 수사 방향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벌어진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145조여원의 구조조정 자금을 투입해 정리대상 기업을 국내외에 매각하는 작업을 했고, 이때 우량기업들이 ‘헐값’에 팔렸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구조조정으로 30대 대기업 가운데 대우·기아·한보 등 16개 그룹이 무너지고 10개 대기업은 분해됐으나 한화와 두산은 각각 대한생명과 한국중공업을 인수해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다.
ㅇ회계법인 관계자는 “김재록 씨가 금융·기업 구조조정 당시 컨설팅 물량을 사실상 독점해 회계법인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두 재벌기업 계열사 간의 빅딜을 성사시키려고 했으나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어 포기하려던 참에 김씨가 ‘내가 해보겠다’고 나선 일화도 있다”고 전했다. 검찰도 김씨가 부실기업 인수·합병 과정에 개입해 정·관계 및 경제계 고위 인사들에게 청탁이나 로비를 했는지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 수사가 1998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과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현대·기아차에 대한 압수수색이 기아차 인수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김씨는 당시 기아차 고문 자격으로 컨설팅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와 기아채권단 등은 기아차를 매각하기 위해 국제 경쟁입찰을 했지만 잇따라 무산되고, 3차 입찰에서 현대차로 낙찰됐다. 채권단은 기아차의 금융부채 9조793억원 가운데 7조1700억원을 탕감해줬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도 김씨가 부실기업 매각과 관련해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김씨는 2002년 6월께 스칼라스 투자평가원장인 정아무개씨로부터 “정부가 신동아화재를 대한생명과 함께 일괄매각하려 하는데,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의 담당 공무원에게 부탁해 신동아화재만 분리매각해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선수금 1억5천만원을 받았다. 인수에 성공하면 사례비 15억원을 더 받는 조건이었다. 검찰의 수사초점은 물론 김씨가 실제로 금융당국 및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에게 로비를 했는지 여부다. 김씨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도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씨와 친분이 깊었던 경제부처 고위 공직자들이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을 했던 법무법인들의 고문으로 있었다. 또 김씨가 회장으로 있었던 인베스투스글로벌은 대우상용차 매각과 고합·쌍용차 등 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의 구조조정 자문, 정부부처 경영진단 등에 참여해 컨설팅 용역료를 받기도 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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