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숭례문 들머리에서 ‘12월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을 마친 시민들이 10.29 이태원 참사 49재와 윤석열 정부 규탄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달 경찰이 심야 시간 집회·시위 전면 제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는 극단적인 금지 조처 대신 다른 제한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6일 ‘집회·시위 제한 입법의 헌법적 한계’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일정한 시간대를 정해 절대적으로 시위를 금지하는 것이 헌법상 허용되는 제한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집회·시위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 다른 기본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 입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경찰청은 휴식권을 침해할 우려가 큰 심야 시간(0∼6시)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제안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현행 집시법 제5조는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금지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상위법인 헌법 제21조에서 보장하는 집단적 표현의 자유 중 하나로 중요한 기본권이다. 이에 따라 집회∙시위의 자유와 관련된 법률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규정되고 해석돼 왔다. 집회의 자유에는 집회를 개최할 때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 등에 대한 자유도 포함돼 있다.
만약 집회 시위를 불가피하게 제한한다면 사전허가제 금지원칙, 최소침해성과 법익균형성을 강조하는 과잉금지원칙 등 헌법상 제한의 한계를 준수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심야 시간대 집회·시위 전면 금지는 사실상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제한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영국과 독일, 일본 등 여러 국가들도 집회·시위와 관련해 시간을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프랑스는 ‘집회의 자유에 관한 법률’에서 원칙적으로 집회는 밤 11시를 넘어서까지 할 수 없도록 규정하지만, 예외적으로 이 시간대 집회를 허용할 수 있는 내용을 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후적이고 극단적인 금지 방식 대신 심야에는 소음규제나 인원 제한 등이 다른 방식의 제한이 가능한지 먼저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 심야 집회·시위를 제한해야 한다면 절대 금지가 아닌 예외를 허용해야 할 것도 언급한다 . 김선화 선임연구관은 “ (예외를 허용한다면 ) 예외 사유를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만약 행정청의 전적인 판단에 맡기게 되면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 허가제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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