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씨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외 출장자들의 귀국을 종용하는 등 현대차그룹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김씨는 단식으로 항의하고 현대차그룹 쪽은 ‘모르쇠’로 버티고 있다. 수사가 ‘로비’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을지를 가름할 중요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28일 “현대차의 자금 담당 핵심 임원들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출석을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재무 담당 이사도 지난 24일 중국으로 출장을 가 26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돌아오지 않아 귀국을 권하고 있다. 검찰은 “조직적인 행위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하지만 이들이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 경위와 용처를 밝혀줄 핵심 인물들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비스의 이주은(61) 사장은 비자금 조성 사실은 인정하지만 누구의 지시에 따라 비자금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게 검찰의 전언이다. 이 사장은 사용처에 대해 “일부는 골프나 동창회 모임 등 판공비로 썼다”며 “오래돼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비자금 조성·전달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저항’은 총수 일가로까지 검찰의 칼날이 미치는 것을 막아보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김재록씨도 지난 25일부터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 등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단식을 하고 있다. 채 기획관은 “김씨는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이 억울하고, 자신을 ‘금융계 브로커’ 등으로 표현하는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며 단식하고 있다”며 “몸이 아프다고 불출석 사유서를 보내와 구치소에서 소환 조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 쪽은 구속영장의 혐의 내용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동아화재를 인수하도록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공무원에게 부탁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두 곳의 쇼핑몰업체로부터 부탁받은 825억원의 대출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14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죄)로 구속됐으나 “경영컨설팅을 해주고 돈을 받은 것일 뿐 알선의 대가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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