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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타는 외로운거야” “놀림 신경안써요”

등록 2006-04-05 21:47수정 2006-04-06 18:19

5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태광고 교정에서 이 학교 3학년에 다니는 혼혈 청소년 김동규(18·가운데)군이 같은 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택/ 김경호 기자jijae@hani.co.kr
5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태광고 교정에서 이 학교 3학년에 다니는 혼혈 청소년 김동규(18·가운데)군이 같은 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택/ 김경호 기자jijae@hani.co.kr
사춘기 다른 외모로 한때 방황 지금은 남녀공학서 인기 ‘짱’
대학진학뒤 미국 유학이 꿈
어머니, 생계·교육 ‘이중고’ “멋진 아들 당당히 키우고파”
[혼혈,이젠웃을래요] (1) 김동규군과 싱글마더의 ‘희망가’

 하인스 워드 선수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이미 주위에 살고 있던 수많은 ‘하인스 워드’들에게 눈 돌리게 한 점이 아닐까. 그들이 이룬 사회적 성취의 크기와 무관하게, 소외의 아픔을 극복한 모든 혼혈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아직 남은 차별의 잔재들을 치워야 할 때다. <한겨레>는 이 땅에 사는 평범한 ‘하인스 워드’들의 좌절과 희망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봤다.

 “하인스 워드도 나름대로 고생했을 거예요”

오는 8일 서울에서 하인스 워드와 한국에 사는 혼혈 청소년들이 만나는 행사에 초대된 김동규(18)군은 “하인스가 한국에서는 외국인이고 미국에서는 비록 ‘프레셔’가 덜해도 흑인이란 인종주의적인 차별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객관적인 판단력과 똑부러진 자아인식이 ‘신세대’답다.

그런 동규를 친구들은 ‘쿨 가이(Cool guy)’로 부른다. 장래 역사학자나 교사를 꿈꾸는 그는 올해 대학입시를 준비중인 고교 3학년이다. 남녀공학인 학교에서 미디어부장과 지도부장을 겸할 만큼, 학교 생활도 활발하다. 이를 두고 동규는 “겉모습보다는 성격 때문이 아니겠냐”고 했다.

“어릴 때는 외모 때문에 사소한 놀림에도 싸운 적이 있지만 이제는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요.” 가슴에 상처를 안고 있으면 그만큼 마음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규는 자신을 한국에 남겨놓고 떠난 미군병사 아버지의 얼굴을 모른다. 사진으로도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 제 인생에서 그리 많이 쓴 단어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그도 식당일을 하며 홀로 자신을 돌봐온 어머니를 말하는 대목에서는 목이 메인다.

“밤늦게까지 일을 하시고 집에 와서는 바로 골아 떨어지는 엄마를 보면 안스러워요.” 어머니(46)는 아는 사람 소개로 미군병사와 만나 아이를 낳았지만 8개월여만에 그의 곁을 떠났다. 1988년의 일이다. 핏덩이 아들을 안고 생계를 위해 평택 신장동 미군부대(K-55) 앞 클럽에서 한동안 댄서로 일하기도 했다.


“자신이 없었으면 입양보냈죠. 아이 낳을 때 부터 아빠가 없게 되더라도 아이만큼은 내 힘으로 키워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동규의 학자금으로 쓰려고 클럽 일을 하면서 차곡차곡 모은 돈 2500만원을 집 주인이 망하면서 죄다 날렸고 어렵사리 식당을 차린 게 5년 전이다.

수입이래야 하루 12시간 장사에 몇 만원 정도. 국내에서 혼혈아를 둔 여느 ‘싱글 마더’ 처럼 가족 생계를 책임지랴, 성장기의 예민한 혼혈 자녀를 키우랴, ‘이중고’ 속에서 하루를 보내지만 활기찬 지금의 동규 모습은 어머니를 쏙 빼닮았다.

“반장 선거에 나갔으니 기도해줘, 엄마”라며 초·중·고교 시절 내내 반장선거에 나갔다 번번히 차점 탈락하고 돌아온 아들에게 엄마는 “반장, 그거 어려운거야. 하지만 반장 안해도 공부 열심히 하면 돼”라고 격려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외모가 다른 것을 안 아이가 방황하고, 중학교 입학 뒤 물건을 뺏기고 얻어 맞고 돌아온 아들에게 엄마는 “스타는 늘 외로운거야. 참아야지”라고 위로했다고 한다.

잘났든 못났든 당당하게 아들을 키워내고 싶었다는 어머니는 동규를 “참 멋진 아들”이라고 했다. 그런 어머니에게 아들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해 꼭 유학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소망을 말했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혼혈 청소년 10명중 7명 “내 미래는 희망적”

 김동규(18)군은 이른바 ‘3세대 혼혈인’에 속한다. ‘전쟁 혼혈 고아’로 대표되는 1세대 혼혈인이 철저한 편견과 차별 속에 평생을 살았고 2세대 혼혈인들도 주로 기지촌에서 사회와 분리된 삶을 살았던 것과 달리, 3세대 혼혈인들은 우리사회에도 문화적 다양성이 싹트던 1990년대 이후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최근 10~18살 혼혈 청소년 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도 여전히 차별의 그림자 안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길을 다닐 때 사람들이 쳐다보거나 수군거리는 경험을 했느냐’는 질문에 10%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학교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21% 가량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는 이민을 가길 원했다.

그러나 이들이 바라보는 미래는 밝았다. 자신의 미래 모습으로 △취미와 소질 계발(22.9%)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21.4%)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인이 되는 것(각각 12.9%) △어려운 사람을 도와줌(10%) 등을 꼽았다.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응답은 71.4%에 이른 반면, 비관적이라는 응답은 없었다.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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