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가짜' 출간
위조라고 하면 대개 우리는 위조 화폐나 유명 패션 브랜드를 모조한 '짝퉁' 명품을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이런 위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오늘날 위조는 기계 부품, 의약품, 소프트웨어 등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거의 모든 제품에서 이뤄지고 있다.
핸드백, 신발, 시계 등이 가짜라면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히는데 그친다. 하지만 의약품, 자동차와 항공기의 부품, 장난감, 술, 담배, 소프트웨어 등이 가짜일 경우 소비자의 안전과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1989년 노르웨이에서 출발해 북해 상공을 날던 콘베어 580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탑승객이 전원 사망한 것도 규격에서 벗어난 가짜 볼트와 부싱을 사용한 탓에 비행기 꼬리가 잘려 나갔기 때문이었다.
1990년 아이티에서는 89명의 어린이가 부동액이 들어간 엉터리 약을 복용하고 목숨을 잃었으며, 1996년 니제르에서는 불량 뇌막염 백신으로 예방 접종을 받고 2천5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위조의 범위와 피해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 교역량의 5-7% 정도가 위조품으로 이뤄지며 이를 액수로 환산하면 연간 2천50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위험한 가짜'(데이비드 M. 홉킨스 지음. 청년정신 펴냄)는 그동안 '피해자 없는 범죄'로 인식되어 온 위조의 유형을 낱낱이 밝히면서 위조품이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기업과 소비자에게 어떤 재난을 일으키는지를 설명한다.
위조가 테러 집단과 범죄 단체의 활동 자금 공급원이 됨으로써 사회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저자는 위조가 몰고 오는 경제적, 사회적 파장이 치명적일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위조에 어떻게 대처하고 위조를 저지하기 위해 기업과 행정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양준 옮김. 320쪽. 1만2천원.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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