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서정 판사 논문
현 상법 내부거래 규제 미흡
배임혐의 형사처벌등 주장
현 상법 내부거래 규제 미흡
배임혐의 형사처벌등 주장
검찰이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는 가운데, 현직 판사가 재벌의 투자를 가장한 재산 ‘빼돌리기’를 비판한 논문을 발표했다.
대전지법 서정(사법시험 36회) 판사는 지난달 서울대에서 열린 ‘경제법판례 연구회’ 정기모임에서 발표한 ‘지원행위의 부당성 판단 기준’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현재의 상법은 빼돌리기, 특히 지배주주가 관계된 내부거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비하다”고 주장했다. 서 판사는 1998년 에스케이그룹이 에스케이해운을 부당 지원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내린 판결을 평석한 이 논문에서 “지배주주의 ‘빼돌리기’를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판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회사의 지배주주는 지배력을 이용해 자신이 소유한 또다른 사업체에 투자하도록 결정함으로써 부를 이전할 수 있다. 자신은 투자액의 일부만 책임지지만 자신이 소유한 사업체를 통해 투자액 전부를 이익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 판사는 “지배주주의 지분이 낮을수록 빼돌리기의 유인이 커진다”며 “재벌의 소수주주 지배체제는 이 문제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빼돌리기의 피해는 결국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간다”며 “이는 부의 창출을 위한 진정한 투자가 아니므로 규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산 빼돌리기를 막을 방안을 두고 “빼돌리기는 기업 지배구조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공정거래법이 아니라 삼성에버랜드 사건처럼 배임 혐의로 형사처벌하거나 주주대표소송(소액주주가 이사·감사 등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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