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에서 어린이성추행 전과자인 이웃 어른한테 살해당한 어린이의 49재 날인 6일 오후 ‘아하!청소년 성문화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연 추모제에서 피해 어린이의 넋을 위로하는 살풀이가 펼쳐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부모들은 울지 않았다
인파 앞에 나란히 선 부모는 눈물만으로 아이를 보내진 않았다.
“오늘이 너의 49재 마지막 날이란다. 솔직히 아빠는 아직 네가 안 갔으면 좋겠다. 항상 말했지만 너만을 사랑한단다 ….” 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읽어내려가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
6일 낮 12시30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는 여성·청소년단체 주관으로 지난 2월 용산 성폭력 살해사건 피해 어린이의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아이를 마지막 보내는 이날도 피해 어린이 부모는 눈물을 아꼈다. 다만 “내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할 뿐이었다.
울기는 쉽다. 하지만 울지 않아도 되게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다. 5일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는 성범죄자 처벌을 강화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개정안 내용을 전해들은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는 “(개정안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 부모들은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취업제한 폭을 늘려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에 취업제한 범위가 교육업종에서 경비업종까지 확대되었지만 이들의 눈에 정부 대책은 미흡한 듯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공언한 아동성폭력특별법 마련도 진척이 더디기만 하다. 피해 어린이의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부디 법원이 단호한 처벌 의지를 밝혀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어린 딸들을 위험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보호하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위령제에서 불러들인 어린 넋은 모두 4명. 모두 전과가 있거나 동일 범죄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동네 아저씨, 이웃집 아저씨, 이웃집 형 등에게 성추행당한 뒤 살해되고 잊혀졌던 아이들이다. “더는 잊혀지지 않게 해달라.” 피해 어린이 부모들이 눈물 없는 얼굴로 힘겹게 서 있는 까닭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