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외환은 BIS비율8% 산정’ 파장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실제로는 8%대에 이르러 부실은행 수준이 아니었다는 감사원의 잠정 결론에 따라, 당시 론스타에 대한 헐값매각 의혹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외환은행이 부실은행이 아니었다는 점이 확인되면 이는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승인에 ‘명백한 하자’로 작용해, 외환은행 매각 원천무효 주장이 일 수 있다. 또 매각을 주도했던 당시 은행 경영진과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책임 가리기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 ‘부실은행’ 아니었다?=감사원은 오는 15일께 자체 산정 결과를 확정·발표할 예정이지만, 매각 당시 금융감독원이 산정해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한 외환은행 비아이에스 비율 6.16%(2003년 말 추정치)보다는 높으며 8%를 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 수치가 8% 이상으로 결론나면 외환은행은 당시 경영진과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부실은행’이 아니었던 것이다. 곽윤섭 당시 외환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도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4~6%는 황당한 수치이며, 당시 여신 건전성으로 봤을 때 8%는 넘었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이는 당시 은행 경영진과 재정경제부, 금감위 등이 짜고 외환은행을 비아이에스 비율이 8% 이하인 ‘부실은행’으로 탈바꿈시켜 은행 주인이 될 자격이 없는 론스타한테 예외적 승인사항을 적용해 헐값에 팔아넘긴 것이 완전히 잘못된 것임을 의미한다.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외환은행 비아이에스 비율이 최악의 경우 4%대까지 떨어질 수 있었다”고 주장했고, 이강원 외환은행장도 2003년 7월15일 정부와 은행 관계자들이 모였던 이른바 ‘10인 비밀회의’에서 비아이에스 비율을 5.4%로 보고했다.
감사원은 “6.16% 산정 근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의 부실규모가 이중으로 계산된 점을 발견했으며 이강원 전 행장도 이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정의 근거가 되는 부실자산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다를 수 있어 감사원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당시 경제상황에 따라 부실자산의 위험 정도와 회수 가능성이 다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부실여신을 미리 예측해 쌓아놓는 손실액) 규모 등이 바뀌면 비아이에스 비율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성용 금감원 은행감독국장도 “감사원이 당시 산정했던 것과 다른 가정을 사용했을 것”이라며 “감사원 발표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론스타에 대한 매각 무효화될까?=감사원의 조사대로 외환은행이 당시 부실은행이 아니었다는 최종 결론이 나오면,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자체가 무효화되거나 최소한 향후 재매각 일정에도 차질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행정법원이 “검찰 수사에서 론스타의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아도 금감위의 론스타 주식취득자격 승인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면 매각이 원천무효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매각 무효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매각이 무효화되면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고, 보유 지분의 10%를 넘는 주식은 6개월 이내에 모두 팔아야 한다. 론스타는 당시 매입가격으로 보유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돌려주거나, 법원이 이를 몰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금감위가 ‘잘못’을 인정하고 매각 자체를 원점으로 돌릴지는 미지수다. 론스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내면, 이는 국내를 떠나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한국 정부의 잘못으로 외국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고 우리나라의 국제적 신인도도 추락할 것이란 우려다.
사태가 원천무효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런 논란은 현재 추진중인 재매각 과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나 수사 당국이 재매각 일정을 늦추게 하거나,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국민은행이 가격 재협상을 요구하면 중대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비아이에스 비율 조작(오류)이 밝혀지면, 외환은행 경영진과 재경부·금감위·금감원 등이 수치 조작을 한 근본이유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한테 넘기기 위해 비아이에스 비율을 조작할 정도로 정부 당국이 외환은행 매각을 강행한 정책적 판단의 적정성 여부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런 조작(오류)이 몇몇 은행 경영진에 의해 실행되었는지, 또는 정부 고위 관료들과의 ‘검은 유착’을 통해 이뤄졌는지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김성재 박현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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