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석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전망치를 ‘마사지’(연구기관이 조사결과를 사후에 조작하는 행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13일 해명을 내놨다. 연구원 쪽은 “쌀, 곡물, 과일, 채소를 한묶음으로 해서 통계모형을 돌린 것을 뒤늦게 발견해 수정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쌀은 개방대상 품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고 다른 품목들도 관세율이 달라 세분할 필요성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연구원의 이런 해명은 궁색하다. 문제가 된 품목들은 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분류해 왔기 때문이다. 모형을 돌린 실무자인 이창수 연구원은 “농업부문은 국내총생산 비중이 5% 미만으로 작아 품목을 세분하지 않아 왔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보고서는 지난 3월3일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의의와 영향에 관한 세미나’의 자료집이었다. 자료집에서는 유독 무역수지 전망치만 빠져 있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감소액이 72억7천만달러로 나왔는데, 그 근거가 부족해 뺐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흑자 감소액을 51억달러로 전망했던 연구원의 올 1월 보고서보다 되레 악화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원은 모형을 다시 돌려 3월23일 무역수지 감소액 전망치를 47억달러로 바꾸었다. 반면 다른 전망치들은 1월 보고서보다 나빠졌지만 손대지 않았다. “처음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경태 연구원장은 “전망치는 참고사항일 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굳이 무역수지 전망치를 빼고 3월에 다시 보고서를 냈을까? 연구결과를 스스로 폄하하며 무마에 나섰지만, 마사지 의혹은 지워지지 않는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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