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주임검사 최재경)는 1일 정몽구(68) 회장의 구속영장 유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유출 경위를 반드시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전담팀을 구성해 진상 조사에 나선 것은, 지금까지 잘 진행되던 수사가 영장 유출로 인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 수사는 검찰총장이 주임검사로서 지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자칫 검찰 조직의 명예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태도는 영장 유출자로 수사팀이 의심받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정 회장의 영장 내용을 먼저 보도한 신문은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에서도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썼다. 하지만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는 ‘현대캐피탈’이 빠져 있었다. 검찰이 작성했던 구속영장의 초고가 유출된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채 기획관은 “영장 초고에도 현대캐피탈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정 회장의 영장을 미리 본 사람은 정상명 총장과 박영수 중수부장, 채 기획관, 최재경 중수1과장, 수사 검사 2명 등 모두 6명뿐이라고 밝혔다. 채 기획관은 “영장의 ‘별지’ 작업과 ‘본문’ 작업을 서로 다른 사람이 했다”며 “본문과 별지를 다 알고 있는 사람은 최 과장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에서 영장이 유출됐다면, 유출자는 형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한 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신영철 형사 수석부장판사는 “정 회장의 영장이 절대로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엄명을 내렸었다”며 “법원에서 유출됐을 리 만무해 직원들을 조사하거나 감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영장은 지난 28일 영장실질심사 전에 한 조간신문에 범죄사실뿐 아니라 ‘별지’로 첨부된 내용까지 상세히 보도돼,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 회장의 영장은 범죄사실 14쪽, 별지인 ‘현대자동차 가공경비 내역’ 8쪽, ‘글로비스 보관 비자금 횡령내역’ 10여쪽 등으로 30쪽이 넘는다. 황상철 고나무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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