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이들 사회가 키우자] ①어린이에게 무상의료를
15살 미만 경우 한해 1조9700억 필요 추정
15살 미만 경우 한해 1조9700억 필요 추정
우리 어린이들도 과연 ‘돈 없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을까. 정부는 올해부터 6살 미만 어린이 입원비에 대해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고 있다. 본인부담금은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료비 가운데 환자가 내야 하는 돈인데, 건강보험 급여의 20% 수준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스란히 환자가 내야 하는 돈(건강보험 비급여)이 전체 의료비의 4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 제도가 어린이들의 의료비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내년부터 비(B)형간염, 홍역 등 필수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한 법안도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의 내용은,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지키지 않았던’ 그의 대선 공약이었다. 최근에는 5·31 지방선거에 나선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의 모든 어린이한테 무료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건강검진에서 희귀난치병이 발견되면 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런 변화들은 무상의료 제도가 ‘뜬구름 잡는 얘기’만은 아니며, 아직 미약하기는 하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건강보험 급여 문제로만 좁혀 보면, 전면적인 무상의료제 도입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임준 가천의대 교수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15살 미만까지 무상의료를 도입했을 경우 연간 1조9718억여원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 표 참조) 그는 “의료의 양이 아니라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행위별 수가제를 미리 책정된 금액만 지불하는 총액예산제로 바꾸면 무상의료 재정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은희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일부 대기업에서는 직원이나 직계가족이 입원했을 때 300만원까지 지원해주고 있다”며 “개별기업들이 들이고 있는 비용을 사회적 복지로 돌릴 수 있으며, 정부와 기업이 먼저 부담을 늘리면서 국민을 설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부에선 무상의료 실현에 따른 도덕적 해이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이 건강보험연구소장은 “행위별 수가제 아래서 무상의료를 도입하면 의사·환자 모두 의료서비스를 남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은희 정책연구원은 “주치의 제도를 통해 충분히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면서 “예방의료에 더 초점을 맞추는 주치의 제도를 무상의료와 함께 실시하면 발병 자체를 줄일 수 있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은 줄어든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주치의 제도를 시범실시하고 있는 대만에서는 이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타이페이에서 자동차로 2시간 가량 떨어진 이란시에서 주치의 제도에 참가하고 있는 의사 천빼웨는 “예전보다 ‘내 환자’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환자와 신뢰 관계가 깊어져 진료에 더욱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고 말했다. 박용현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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