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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타이베이는 6살까지 모든 의료비 무료

등록 2006-05-04 13:51수정 2006-05-04 14:10

지난달 25일 대만 타이페이 보훈병원에서 만난 웨이지엔커이(15·사진 오른쪽)와 할머니 웨이커리롱. 웨이지엔커이는 말기 신부전증·신장암을 앓고 있어 일주일에 세번씩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지만 병원비는 모두 무료다. 조혜정 기자 <A href="mailto:zesty@hani.co.kr">zesty@hani.co.kr</A>
지난달 25일 대만 타이페이 보훈병원에서 만난 웨이지엔커이(15·사진 오른쪽)와 할머니 웨이커리롱. 웨이지엔커이는 말기 신부전증·신장암을 앓고 있어 일주일에 세번씩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지만 병원비는 모두 무료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우리의 아이들 사회가 키우자] ①어린이에게 무상의료를

대만 전역은 3살까지 무상의료
30여 치명적 질병·159가지 희귀병
나이 상관없이 건강보험에서 부담
돈 걱정 없이 아이 간호에만 전념 “어린이 건강하게 자라는 건 국가몫”

대만 타이베이시의 15살 소년 왕위성은 왼쪽 다리에 골육종을 앓고 있다. 10대들에게 주로 발견되는 이 병은 뼈의 악성종양인데, 심하면 온몸으로 퍼지거나 다리를 잘라내야 한다. 애초 왕위성 어머니 쩐이상(40)은 아들의 통증을 성장통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정밀검사 결과 골육종 판정을 받았다. 왕위성은 곧바로 타이베이 보훈병원에 입원해 화학치료를 시작했고, 지난달 12일에는 암세포를 떼어내는 큰 수술까지 받았다. 어머니 쩐의 얼굴에는 아픈 아이를 둔 엄마의 근심이 언제나 가득하다. 한국이나 대만이나 모정엔 차이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점도 있다. 수도배관공인 남편의 수입으로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쩐이상은 아들의 수술비나 입원비 걱정 만큼은 없다. 건강보험에서 아들의 의료비를 모두 대신 내주기 때문이다.

그는 “한달 보험료로 700위안(우리 돈 약 2만원)씩 꼬박꼬박 낼 때는 사실 아까운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큰일을 당해보니 나라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아들 간호에만 신경쓰며 완쾌를 기도하고 있다.

말기 신부전증에 신장암까지 앓고 있는 웨이젠커이(15)는 지난해 9월 입원해 올 2월 암 수술을 받았다. 신장이식을 받을 때까지는 매주 우리 돈 40여만원이 드는 투석을 계속해야 한다. 약값, 주사비, 입원비까지 포함하면 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지만, 웨이젠커이의 부모 역시 치료비 걱정은 없다.

이들보다 훨씬 고치기 쉬운 병에 걸려도 집안이 거덜나기 십상인 우리와 비교하면 부럽기만 한 얘기다.


대만 전역에서는 3살까지 어린이는 각종 예방접종은 물론, 병의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의료비가 무료다. 수도인 타이베이시에서는 6살까지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다. 이보다 나이가 더 들어도 왕위성이나 웨이젠커이처럼 30여가지 치명적 질병이나 159가지 희귀병에 속하는 질병에 걸리면 의료비 전액을 건강보험에서 내준다.

이처럼 대만에서 어린이 무상의료가 실현된 것은 불과 10여년 전이다. 대만의 건강보험제도는 일반적으로 의료비의 5~30%를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것은 우리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중병에 걸린 경우나 사회적 취약계층, 특히 어린이에 대해선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다.

태어난 지 넉달 된 딸의 예방접종을 위해 타이베이 시립병원을 찾은 우숴젠(32)은 “아이의 질병엔 언제나 마음을 졸이게 마련인데, 돈 걱정 없이 항상 병원을 찾을 수 있어 안심”이라고 말했다.

대만 중앙건강보험국이 2004년 지출한 3665억3800만위안(약 10조8495억원) 가운데 3살까지 어린이에게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데 든 비용은 170억7100만위안(약 5053억원)이고, 18살 미만의 30여가지 치명적 질병 환자들에게 지출한 돈은 156억4천만위안(약 4629억원)이다. 2004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만4천달러로 경제 수준과 규모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대만이 어린이 무상의료를 시행하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린이 의료 문제를 가정이나 개인이 아닌 사회의 몫으로 여기는 것이다. 리청화 대만 중앙건강보험국 부총경리(부국장)는 “어린이는 어른과 똑같이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그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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