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이들 사회가 키우자] ③동등한 출발선이 희망이다
기회균등·빈곤탈출 등 뼈대…재원마련·지원대상 명확히 해야
기회균등·빈곤탈출 등 뼈대…재원마련·지원대상 명확히 해야
사회복지 학자와 전문가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빈곤층 어린이·청소년을 적게는 100만명에서 많게는 16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들에게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게 급식값(점심값) 지원이다. 하지만 이 혜택을 받는 초·중·고생은 52만6천명(2006년)에 불과하다. 여기에 드는 예산은 1775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의 경제규모라는 우리나라에서 끼니를 거르는 아이가 여전히 수십만명에 이른다.
미래 세대의 빈곤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된 때는 1998년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사태’ 이후였지만, 빈곤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책은 2004년 7월 국정과제 회의에서 처음 나왔다. 당시 마련된 안의 이름은 ‘빈곤 아동·청소년 종합대책’(희망투자전략)이다. 빈곤의 대물림을 막고, 모든 사람이 공평한 출발을 하도록 만들자는 게 취지였다. 이 대책은 △기본생활 보장 △건강한 성장 보장 △균등교육·보육기회 보장 △빈곤 탈출을 위한 희망경로 제시 △위험 노출 아동·청소년 보호 내실화 △빈곤 아동·청소년 전달체계 구축 등 6개 분야, 47개 세부정책을 뼈대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대책에 대해 구체성이나 현실성과는 별개로, 사실상 처음으로 어린이·청소년의 인권과 복지를 전반적으로 아우른 것으로, 뒤늦었지만 뜻깊은 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2004년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의 6살 미만 아동 1만7천명에게 34억원을 지원했던 양육비가 지난해에는 2만1천명, 93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빈곤탈출 프로그램의 핵심인 재원 마련 방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회성 또는 전시성 행정에 그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경양 전국지역아동센터공부방협의회 대표는 “복지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돈”이라며 “가장 중요한 재원 확보 방법은 고려하지 않은 채 겉보기에 화려한 계획만 세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종합대책에는 되레 어린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전시성 내용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보기로 저소득층 학생들을 억지로 모아놓은 ‘방과후 교실’ 제도는 이들을 교사나 다른 학생들로부터 소외당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대상 어린이의 인격과 자존심은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도 “종합대책에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전체 빈곤 아동의 얼마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도 명확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종합대책 시행 기관이 교육부·보건복지부·청소년위원회 등으로 나눠져 있어 사업이 중복되거나 유기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도 숙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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